<특파원 칼럼> 미 재정절벽 해결…우려와 준비
2012-11-25 13:50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미국 여야가 연말까지 합의된 재정절벽(fiscal cliff) 법안을 내지 못하면 내년 미국 경제는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사실이다. 중산층 한 가구당 수천 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정부는 오히려 6000억 달러가 넘는 지출을 자동적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이 억제되고 더 나아가 경기침체 등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6000억 달러가 넘는 재정절벽 충격을 항목별로 분석해보면 부시 행정부 이후 이어진 감세 조치가 끝나면서 총 2250억 달러의 소득세 인상이 이루어진다. 또한 부유층 등에게 주어졌던 대안최소세금(AMT) 혜택이 없어져 1250억 달러를 비롯해 기타 세금이 추가로 약 300억 달러가 인상된다. 이와 함께 이미 약속된 국방비 지출 등 약 1000억 달러를 줄이게 돼 소득과 지출 양면에서 경제가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당장 경제가 멸망할 것 같은 초비관론은 오히려 건강한 경제 주체들의 기대와 준비를 어렵게 한다. 민주·공화 양당은 현재 합의를 내기 위해 노력중인데다 내년 1월까지 최종 결과물을 내서 대통령이 서명만 하면 예상된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차츰 힘을 얻고 있다. 대선도 끝났고 의회는 2년 앞으로 다가온 중간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난해 공화당이 보여준 강경한 모습은 재연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이같은 기대 속에서 재정절벽이란 말은 재정경사(cliff가 아닌 slope)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일 의회와 백악관에서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한다면 한 가구당 느끼는 평균 소득 감소분은 약 3%라고 한다. 올해 높아야 2%인 경제성장분 이상이 내년에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워싱턴 정가는 분명히 무언가를 해낼 것이라는 데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문제는 시한인데 12월31일까지 꼭 대통령의 서명이 있는 법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무부와 국세청은 양당이 합의하지 못한 데 따른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 합의가 연말까지 없다고 해서 당장 내년 1월부터 6000억 달러가 넘는 충격이 경제에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재정절벽 시나리오가 나오게 한 것은 1월 2일부로 예산통제법(Budget Contro Act)이 자동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6500억 달러의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바로 1월부터 줄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만일 양당 협상이 올해를 넘겨 내년 1월까지 진행되더라고, 타임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탄력성이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이같은 희망적인 분석은 양당이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경제적 충격을 줄일 수 있는 합의를 가져온다는 전제 하에서다.
한편 합의를 갈망하고 있지만 모든 합의가 다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만일 1600억 달러에 이르는 급여소득세 감면이 양당 합의 하에 내년부터 없어지면 하위 소득 80%, 즉 대부분의 중산층 이하 가구가 타격을 입게 된다. 마찬가지로 정부 재정적자를 빨리 줄이기 위해 갑작스런 세금인상과 지출삭감에 양당이 합의하면 지난 수년간의 경제 성장분이 내년에 사라질 수도 잇다.
이에 따라 재정전문가들은 협상이 어떤 식으로든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내용이 어떤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우려는 준비를 가져오지만, 너무 큰 걱정은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 재정절벽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재정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안, 유럽 대외 주요 국가들의 경제 성장 전망 및 경제 운용과도 맞물려 있다. 따라서 미국 재정 절벽 문제가 현재 우려만큼 큰 것이 아니라면, 거기에 맞춰 침착한 우려와 준비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