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설계> 환갑잔치 하면 뺨 맞는 시대…은퇴설계도 진화한다
2012-11-15 18:34
A. “요즘은 평균 수명이 짧았던 예전과 달리 환갑이라고 해서 잔치를 벌이는 집은 거의 없어요. 잔치는 칠순이나 팔순 때 하고 환갑 때는 가까운 가족들만 모여 식사를 하거나, 가족여행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최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이 같은 누리꾼들의 질문과 답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인구의 평균 수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환갑잔치를 하면 뺨을 맞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다.
한 때 마을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풍습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은퇴설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인구의 혼인 및 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30.4세로 2000년 27.9세에 비해 2.5세 늘었다. 지난 10년간 남성은 29.3에서 31.8세로, 여성은 26.5세에서 28.9세로 결혼 연령이 각각 2.5세, 2.4세 높아졌다.
성인들의 결혼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것과 달리 직장인들이 느끼는 정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취업정보 전문 업체 잡코리아가 2010년 조사한 직장인들의 체감 정년퇴직 연령은 48.2세에 불과했다.
결혼 이후 소득을 벌어들이는 경제활동기는 짧아지고, 소득 없이 30년 이상을 버텨내야 하는 은퇴기는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득 불안정 시기를 재촉하는 이 같은 변화는 생활주기에 따른 재무적 사건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과거 연령대별 재무적 사건 발생 유형은 △20대(취업) △30대(결혼·출산) △40~50대(주택 구입·자녀 결혼) △60대(은퇴) 순이었다.
평균 수명이 지금에 비해 짧은 가운데 일련의 사건들이 시차를 두고 순서대로 발생했으며,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자녀의 몫이었다.
반면 현재는 △20대(청년실업) △30대(취업·결혼) △40~50대(출산·주택 구입) △60대(은퇴·자녀 결혼) 순으로 재무적 사건이 뒤늦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사건의 순서가 뒤로 밀리면서 은퇴 이후 자녀의 부양을 기대하기는 커녕 자녀 결혼자금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특정 시점의 자금을 마련하는데 맞춰졌던 기존의 은퇴설계 초점에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의 은퇴설계는 특정 은퇴시점을 설정해 필요한 자금을 계산하고, 대책을 마련한데에만 집중됐다.
은퇴를 앞둔 이들은 마련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워낙 커 노후 준비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은퇴기간을 단계별로 구분해 각 단계별로 노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각 단계에 소요되는 노후자금의 규모는 물론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계획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박세근 신한생명 은퇴시장마케팅부 부장은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달로 기대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노후생활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년기는 단순히 무노동의 기간이 아니라 활동, 회상, 간호 등의 복합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노후관리의 궁극적 의미와 목표는 경제적 자립”이라며 “노년기를 버텨낼 수 있는 경제적 체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