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봉철 기자=대선 정국이 ‘단일화 블랙홀’에 빠진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난 6일 단일화 합의를 전후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야권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는 소폭 하락세를, 야권 후보는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단일화 합의 직전인 5∼6일과 그 직후인 7∼8일 각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문 후보 양자대결의 경우 박 후보 지지율은 45.5%에서 43.0%로 1.5%포인트 하락한 반면, 문 후보 지지율은 46.0%에서 47.9%로 1.9%포인트 상승했다.

박-안 후보 양자대결에서도 박 후보의 지지율은 43.1%에서 40.0%로 내려갔으나 안 후보는 49.3%에서 50.6%로 지지율을 올렸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11일 “단일화가 아직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면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야권 지지층의 결집 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지지율 변동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어 당분간 초박빙 혼전 판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합의를 전후한 3∼5일과 6∼8일 각각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R&R) 여론조사 결과, 문·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기는 했으나 미세 조정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단일화 바람에도 박 후보의 확실 지지층이 견고한 데다, 야권 단일후보가 미확정 상태라는 점에서 무당파와 중도층이 결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45.3%에서 44.9%로, 안 후보의 지지율은 44.2%에서 46.1%로 각각 변동, 안 후보의 추월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박-문 후보의 양자대결에선 두 후보 지지율이 1.5%, 2.7% 포인트씩 소폭 상승했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는 40대의 ‘활약’이 눈에 띈다.

R&R 조사에 따르면 박ㆍ문 후보의 40대 지지율은 박 후보의 경우 단일화 합의를 전후해 48.3%에 41.7%로 하락한 반면, 문 후보의 경우 42.3%에서 50.8%로 8.5%포인트나 올랐다.

박-안 후보 양자대결에서도 박 후보의 40대 지지율은 47.5%에서 41.7%로 하락했으나 안 후보는 40대 지지율을 44.8%에서 51.8%로 끌어올렸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후보의 40대 지지율은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5.8%포인트, 안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5.0%포인트 각각 떨어진 반면, 문 후보의 40대 지지율은 4.1%포인트 상승했고 안 후보는 51.9%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특히 접전지로 꼽히는 충청권과 부산ㆍ경남(PK) 표심 변화도 주목된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단일화 합의 이후 문·안 후보의 충청권 지지율이 박 후보를 모두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고, R&R 조사에서도 문ㆍ안 후보의 충청권 지지율은 상승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통일당과 합당에 따른 ‘합당 효과’가 그만큼 미비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박근혜 위기론’이 확산돼 온 PK에서는 야권 단일화 합의 이후 박 후보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하고, 문·안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단일화 합의 이전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PK 지지율은 40%대로 문·안 후보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단일화 합의 이후 조사에서는 50%대 지지율로 재진입하며 30%대로 하락한 문·안 후보와 격차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