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은 오르는데 농민들은 왜 뿔났나?

2012-11-08 16:54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수확기를 맞아 떨어져야 할 쌀값이 되레 오름세를 보이며 치솟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기뻐해야 할 쌀 생산 농민들은 '이대로는 못살겠다'며 본격 투쟁에 나선 상태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도매시장서 거래되는 쌀 20kg의 가격은 상품 기준으로 4만4000원을 기록, 평년 가격인 3만7000원 보다 약 17%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본격적인 수확기부터 점차 오르기 시작하던 쌀값은 한달 사이 무려 2000원 가까이 올랐다.

보통 쌀값은 대량 출하되는 10~12월 수확기에 하락하기 마련이지만 올해의 경우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백수피해로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407만4000t으로 32년 만에 흉작을 기록했다.

이처럼 쌀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농민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비록 산지 쌀값이 현재 1가마(80kg) 약 17만원으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정도 가격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게 농민 측 주장이다.

올해 태풍으로 쌀 생산량이 20% 정도 감소한 데다 쌀값 상승률이 물가 및 원자재 상승폭을 따라잡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쌀값의 경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쌀을 생산하는 비용은 올랐다"며 "농민들이 생산비만큼은 반드시 건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강력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농가의 생산비는 지난 6년간 물가상승에 따라 점차 증가해 왔다. 2006년까지만 해도 1ha당 600만원이던 생산비는 지난해 628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3015만원으로 2006년 대비 약 200만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20%가 넘게 올랐다.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공공비축미 제도 폐지와 추곡 수매제 부활을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공공비축미 제도란 정부가 일정 분량의 쌀을 시가로 매입해 시가로 방출하는 제도다. 정부는 쌀 수급을 시장기능에 맡기면서 적정한 쌀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하고 공공비축미 제도를 도입했다. 추곡수매제도는 시가가 아닌 시장 가격을 웃도는 정부 정책 가격에 따라 쌀을 매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직불제를 도입한 2005년 이후 쌀 소득 추이를 보면 2005년 10ha당 54만5776원에서 2010년에는 43만4162원으로 5년 사이에 무려 11만원 가량이 줄었다. 실질소득으로 환산하면 농가의 소득 감소폭은 더욱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 관계자는 "농민들이 요구하는 적정 쌀 가격은 80kg 기준 23만원 가량이다"면서 "농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가 더욱 심화되는 부분을 고려했을 때 정부는 이같은 농민들의 요구를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