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수 삼성전자 사장 “고통과 시련도 즐길 줄 알아야…”

2012-11-02 08:33
1일 대구 영남대 '열정락서 시즌3'서 강연

전동수 삼성전자 DS총괄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1일 경북 경산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열정락서'에서 강연하고 있다.

경산=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삼성전자가 초일류 회사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우린 스탠포드대나 서울대 박사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과감히 도전하고 시련과 고통을 즐기는 인재가 필요한거죠. 스펙보단 진정한 ‘내 것’을 찾아서 끊임없이 개발하세요. 그게 초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입니다.”

전동수 삼성전자 DS총괄 메모리 사업부 사장이 1800여명 대학생들의 1일 멘토로 나섰다. 1일 경북 경산 영남대에서 열린 삼성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 시즌3’강연에서다.

전 사장은 이날 ‘나의 열정은 시련이었지만 결국 락(樂)서다’라는 주제로 학생들 앞에 섰다. 그는 “시련과 고통, 실패의 경험이야 말로 청춘의 증거”라며 “변화와 경쟁을 치열하게 즐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 시대를 ‘초경쟁 시대’로 정의했다. 이어 초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나온 가수들의 특징을 들어 소개했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자만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교훈을 주는 ‘나가수’야 말로 초경쟁 사회를 대변하는 대표적 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사장은 초경쟁시대에 살아남는 법으로 △임재범의 ‘딥 포커스, 딥 컬러(deep focus, deep color)’ △김범수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자우림의 ‘노 패인, 노 게인(no pain, no gain) 등 3가지를 꼽았다.

먼저, ‘나가수의 호랑이’ 임재범 이야기로 운을 뗀 전 사장은 “임재범은 한 달이라는 가장 짧은 기간에 나가수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가수”라며 “그가 어떻게 몰입하고 집중력을 발휘했는 지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별명이 ‘전도사’”라며 “삼성전자 본사 경영기획 팀장 당시엔 ‘디지털 전도사’로, MP3를 만드는 AV사업부장 때는 ‘감성 전도사’라고 불리며 20만여명의 직원들 앞에서 강의했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또 나가수를 통해 ‘얼굴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김범수를 보면서 그의 ‘과감한 도전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3년 반도체 사업부에 입사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전 사장은 “그 때 내가 쉬는 날은 1년에 딱 이틀, 명절 때 뿐이었다”며 “어느 날 집에 갔더니 장인어른이 외로운 부인을 위해 앵무새 한 마리를 사다 놓으셨더라.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지만, 더 큰 목표를 위해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가정생활까지 포기하고 일에 총력을 다한 결과 발명의 날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고, 37세 나이에 최연소 임원 승진을 했다. 그랬더니 어느날 장인어른도 ‘가정 버리길 잘 했다’고 얘길 하더라”며 “결국, 큰 목표를 세우고 무슨 일이든 과감히 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사장은 ‘시련을 이겨낸 자만이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하며, 가수 자우림을 예로 들었다. 자우림은 당시 저조한 성적과 리드싱어의 목 디스크 재발 등으로 해체 위기설까지 돌았지만, 결국 각고의 노력 끝에 나가수 명예졸업자에 이름을 올렸다.

전 사장은 “나 또한 처음에는 메모리 사업부 연구원에서 본사의 참모·책사 전략가로, 그 다음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부 영업맨을 거쳐, 다시 AV사업부장이 되는 동안 고통스런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며 “하지만, 결국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지식 습득과 인간관계 형성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을 향해 “시련과 고통을 인내하고 이겨내는 것이 곧 성장을 의미한다. 아파봐야 성숙한다”고 조언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