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전을 제시하는 대통령 후보를 바란다

2012-10-29 10:52

양규현 부국장 겸 정치사회부장


18대 대통령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대는 변했어도 선거전략이나 선거운동 방식은 21세기에도 변화가 없다. 아직도 흑색선전, 폭로, 인신공격, 무대책 공약 등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선거구조로는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이제라도 미래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국가발전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국민 화합방안 등을 제시해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대권후보라면 적어도 시대정신에 어울리는 철학과 비전, 정책과 방법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각 후보 선거캠프에서 연일 쏟아내놓고 있는 공약 발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공약이란 차기 정부의 비전과 지향점, 그리고 국가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기에 너무나 중요하다. 더 나아가 후보가 가지고 있는 정책에 대한 신념을 국민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만 여야 후보 공약 어디에서도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모두 정치개혁, 공교육 발전 방안에는 차이가 있으나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여야 후보 모두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복지정책이다.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복지공약들은 복지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소비성 복지', '퍼주기식 복지'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후보 스스로도 이 점을 면밀히 살펴보길 바란다.

이들이 제시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재원이 소요되며, 이를 마련할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를 실천하는 데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들은 또 재벌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출자구도나 지배구조를 규제하는 것인데, 이와 더불어 기업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도 반영돼야 한다.

또한 지식정보화 시대 산업구조의 다양화를 통한 국가 성장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만 재벌이 우리 사회 문제를 유발한 원흉이 아니고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NLL 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는 남북관계도 큰 문제다. 대선후보들은 한결같이 대북 포용정책을 언급할 뿐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법이나 전작권 전환 이후의 세부적인 국방정책에 대해서는 아직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여기에서 거론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는 차기 정권에서 해결하고 보살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시간에 이미 역사적으로 인정된 또는 아직 정립이 안 된 부분에 매달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에 매달려 있는 것이 다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 시점에서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미사여구로 유권자를 농락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과거에 매달려 21세기를 정쟁으로 허송해서는 안 된다. 21세기는 현재 살고 있는 우리만의 시간이 아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의 귀중한 시간이다.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선대가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행복의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는 대한민국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우리가 국가간 발생하는 전쟁, 환경, 식량문제 등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또 지켜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18대 대통령 후보는 그 어느 때보다 자격에 있어 엄격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과거 선거에 대한 경험을 비추어보면,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인기영합적인 공약 개발로 엄청난 예산 낭비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고, 그것이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제라도 18대 대통령 후보는 과거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하는 그런 후보를 우리는 원하고 있으면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아주경제 양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