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폭리·소극적 채용'..외국계 은행 배짱에 정부도 '멘붕'

2012-10-24 17:51
현금서비스에 20%후반 고금리..씨티은행 올해 2명 고졸사원 채용


아주경제 장슬기·박선미 기자= 스탠다드차타드(SC), 씨티은행, HSBC 등 외국계 은행이 정부 정책에 역행하면서 금융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신용카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현금서비스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고졸 등 신입행원 채용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계 SC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 9월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회원의 약 80%에게 20% 후반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24~30%의 고금리를 적용 받은 회원은 SC은행 78.28%, 시티은행은 76.72%나 됐다. 이는 국내 전업 카드사의 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대로 10% 미만의 저금리를 적용받은 회원은 씨티은행의 경우 0.86%에 불과했고, SC은행은 아예 없었다.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리볼빙결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외국계 은행들은 이용회원의 약 80%에게 24~30%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SC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 금리 체계가 시장 평균에 비해 불균형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카드사업부에서 개선작업에 착수해, 연말까지 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과의 엇박자는 채용 문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나서 고졸 채용 확대를 권하는 등 고졸자 채용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외국계 은행의 고졸채용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명, 올해 2명의 고졸사원을 채용했다. 고졸 채용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면피용 수치'라는 지적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특별히 고졸채용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며 “대졸채용도 경영환경 탓에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HSBC의 경우 정기적인 공개채용보다는 수시로 직원을 채용하지만, 올해 채용자 중 고졸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전년도 94명에서 올해 70명으로 채용규모가 줄긴 했지만 전체 채용규모에서 고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씨티은행과 SC은행은 비슷한 문제로 국정감사에서도 뭇매를 맞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에게는 배당을 듬뿍 안겨주면서 정작 내국인들의 일자리 문제는 인색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기준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7대 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은 26%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씨티은행으로 41%였고 SC은행이 33%로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지주사 배당 성향도 씨티 20%, SC 33%로 7개 은행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면서, 비정규직 확대로 외국 주주들 배불리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외국계 은행들의 고액배당 이면에는 비정규직 증가라는 불편한 진실이 감춰져 있다”며 “사회적 책임은 팽개치고 인건비도 쥐어짜서 해외로 돈을 많이 가져나갈 생각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