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실리콘벨리 벤처 한인 선두주자 ‘마이사이몬’ 창업자 마이클 양

2012-10-17 14:16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1998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이 상대투자자와 굳건한 악수를 하고있다. 창업자금이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햇볕에 살짝 그을린 피부에 구슬땀을 흘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남자의 이름은 마이클 양(양민정, 51). 온라인 상거래문화에 새로운 획을 그은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 ‘마이사이몬(MySimon.com)’을 창업한 인물이다. 무려 195곳의 투자거절 끝에 따낸 값진 승리의 결과물이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한국인이 창업한다는 것에 대해 주위사람 모두 말렸어요. 하지만 저에겐 해낼 수 있다는 비전과 확신이 있었기에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비컴닷컴(Become.com)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그는 1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창업당시 상황을 이렇게 돌아봤다.

1976년 당시 14살이란 어린나이에 미국에 이민 온 양 의장은 실리콘밸리에 정착해 애플이나 시스코 등 현재 정보통신업계 선두업체들의 성공신화를 보고 자랐지만 처음부터 창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먼저 대학졸업 후 제록스, 삼성전자 미국 법인 등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양 의장이 전자상거래 창업에 뛰어든 결정적인 이유는 아내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의 가격이 모두 달라 불편해 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다음부터다. 이후 실리콘벨리에서 이미 '한인벤처1세대'로 이름을 날린 황규빈(필립 황) 텔레비디오 대표를 찾아가 사업관련 조언을 듣고 벤처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황 대표는 60년대 빈털털이로 미국을 가 텔레비디오를 설립, '아메리칸 드림'을 일으킨 인물로서 양 의장의 고모부이자 사업스승이었다.

하지만 ‘기회의 땅’이자‘창업과 혁신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창업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당시 그는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내 벤처캐피털 200곳을 찾아갔지만 그 중 195곳에서 거절당하고, ‘한국인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주위의 우려섞인 목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하지만 거듭되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뛰어다닌 끝에 자본금 2만5000달러를 조달해 마이사이몬을 창업할 수 있었다.

양 의장은 “충분한 생각을 하고 뛰어든 사업이었기에 실패에 대한 리스크보다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훨씬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렇게 힘겹게 세운 회사를 2년 만인 2000년 1월, 세계적인 온라인 기술 정보 제공업체인 씨넷(CNET)에 약 7억 달러(약 8200억원)로 매각했다. 국제적인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 좋은 인수제안이 들어와 팔았다는 게 매각 이유다.

이후 2005년, 양 의장은 가격검색엔진인 비컴닷컴을 창립했다. 그는 “몸 속에 창업 DNA가 있는 것 같다. 창업이 너무 재미있고 좋다”며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비컴닷컴은 5개국에 15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연매출 5000만 달러를 올리며 차세대 쇼핑 검색엔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에 양 의장은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지난 2010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 의장직을 맡고있다.

이런 그의 창업가 정신을 높게 평가한 ‘포보스 아시아’는 2009년 1월 ‘가장 성공한 재미동포 25명 중 1명’으로 양 의장을 선정하기도 했다.

2010년 3월부터는 한국계 1.5∼3세대 리더들의 모임인 ‘CKA’를 결성하고, 한국의 젋은 벤처기업가들을 상대로 엔젤투자를 하는 등 미국내 한국계 네트워크에 도움을 주기 위한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

지금은 쉬고있다는 양 의장은 “재충전을 하면서 실리콘밸리내 인사들과 교류하고, 또 연구하면서 다음 창업아이템을 찾고 있다”며 50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도 몸속에 꿈틀거리는 창업에 대한 식지않은 열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