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늙는다는 것의 의미' 노년의 역사

2012-10-11 09:56
팻 테인 외 지음/글항아리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기자=인생에서 피할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늙음'과 '죽음'이다.

괴테는 1773년 24세의 나이에 쓴 ‘파우스트’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그렸지만, 훗날 저술에서는 노년을 긍정했다.

빅토르 위고는 67세의 나이에 쓴 ‘레미제라블’에서 노인 장발장을 통해 강인하고 감동적인 노인의 초상을 제시했다.

"노년이 좋은 이유는 “가장 폭력적인 주인”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기 때문"이라고 7세기 초 세비야의 대주교 이시도루스는 노년에 대해 정의했다.

이시도루스가 말한 “가장 폭력적인 주인”은 쾌락과 욕망이다. 노인이 되면 쾌락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로 현명한 조언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노년이 나쁜 까닭은 “그것이 초래하는 신체의 장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혐오 등의 측면에서 가장 비참하기 때문”이라고 이시도루스는 말했다.

하지만, 좋든 싫든 늙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다.

이 책, '노년의 역사'는 문화사적으로 노년을 집중 탐구한 책이다. ‘The Long History of Old Age’라는 원제에서 보듯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역사에 나타난 노년의 ‘오랜’ 역사를 다루고 있다.

책을 엮은 런던대 킹스칼리지의 팻 테인 연구교수를 비롯해 유럽 중세 노인·여성·아동사 연구가인 슐람미스 샤하르 텔아비브대 명예교수, 프랑스 혁명기 노년의 삶을 연구한 데이비드 트로얀스키 브루클린대 교수 등 7명의 역사가가 고대 그리스, 로마, 중세, 르네상스 등 시대별로 집필을 분담해 역사 속 노인의 삶을 조명했다.

전통사회에서는 노인이 가정과 사회에서 권위와 존경을 누렸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등 근대화를 거치면서 노인의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단순화된 도식에서 벗어나 시대에 따라 노년의 삶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합적이었는지 보여준다.

‘노인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 하는 물음과 관련된 사회사적 관점과 ‘사람들이 늙음을 어떻게 인식했으며 노년에 어떤 가치와 의미를 부여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한 문화사적 관점으로 풀어냈다.

노년의 삶이란 무의미하고 암흑과도 같은 것일까? 노인은 과연 지혜로우며 존경받아 마땅한 존재인가? 풍부한 기록물과 230여 컷의 도판이 노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제7장의 뒷부분은 노령의 일반인들의 인터뷰에 할애되어 있다. 그들은 이전 어느 시대의 노인보다 자신의 늙음을 긍정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60세의 산파는 원하는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에서야 비로소 ‘늙은’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한편, 어떤 노령의 여성은 노령화를 찬양하거나 늙음을 아름다움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노년의 경험은 오늘날에도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모든 이에게 노년이 하나의 유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던 서기 1세기에 세네카가 남긴 말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100세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도 노년의 삶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고령 사회에 접어든 우리에게 늙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역사적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504쪽. 2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