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대학의 혁신적 성장이 곧 국가의 미래전략

2012-10-03 16:21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고창수 교수


대한민국은 미래를 먹고 사는 나라다. 산업화의 시대에서는 사람이 곧 자원이라고도 했다. 현재의 지식사회에서는 사람은 단순히 자원이 될 수 없다. 지식을 창의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인재가 곧 자원일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미 글로벌화된 세계의 경제환경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인재들이 새로운 지식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지식의 글로벌화는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던 노키아가 무너지고, 삼성과 애플이 대회전을 벌이고 있음은 바로 이러한 사정의 심각성을 의미한다. 애플의 창조적 기술과 디자인 혁신이 없었다면 삼성의 오늘도 없었을 것이다. 노키아는 이러한 미래 발전을 외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삼성 한 기업의 약진만으로 미래를 장밋빛으로 기대하기란 힘든 실정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비전을 정확하게 그려내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지식정보사회에서는 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IT기술은 평준화되고, 오히려 디자인 혁신이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물론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발 빠른 저작권 확보도 중요한 문제임엔 틀림없다. 어쨌든 앞으로의 세상은 기술뿐 아니라 창조적인 예술적 감각도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점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혁신을 지속시킬 국가의 미래전략은 무엇인가? 미래의 창조적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경제환경과 창의적 인재의 육성일 것이다.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창조적 기술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융합 모델이 될 것이다. 최근 가수 싸이가 세계에서 가히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보편성을 추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창의적 인재들을 기술분야에서 육성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대학의 혁신적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대학은 최고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대학 내부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대학이 취업률로 평가받고 발전을 위한 미래 투자가 불확실한 작금의 사정은 국가의 미래전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대학의 공기는 자유로워야 한다. 그 안에서 많은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때 대학은 진정 대학다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대학이 국가의 미래전략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물론 대학도 글로벌 기술환경에 맞는 제도를 정비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고 대학이 진정 창의적인 인재들로 넘쳐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국가의 비상한 지원이 절실할 때다. 교수들이 지나치게 연구실적에 얽매이고, 학생들이 대학 졸업장을 취업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국가가 취업난을 대학의 책임으로 돌리는 한 대학의 공기는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은 미래를 위한 기관이지 현재를 위한 기관이 아니다. 이 점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전략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고창수 교수 (정리=박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