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아주중국> 신장 위구르를 가다
2012-09-27 11:27
아름다운 목장에서 현대화 도시로<br/>글 배인선 기자
우루무치 도심 전경. 고층빌딩과 아프트가 즐비하고 고가도로가 쭉쭉 뻗어있다. |
신장 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전체 지도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한다. 총 면적 160만㎢로 한반도의 8배 크기에 달하는 규모다. 이 땅은 과거 중국과 서역을 잇는 실크로드의 영화를 간직한 인류문명 역사의 현장이다. 또한 위구르족을 비롯한 47개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삶의 터전이자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천혜의 자연보고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신장(新彊)위구르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로 향하는 남방항공 CZ912편이 약 세 시간 남짓 광활한 대륙 땅을 가로질렀을까. 창문 아래로 구름조각과 함께 겹겹이 이어진 웅장한 산맥과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신장으로 통하는 첫 관문지인 우루무치 디워푸(地窩鋪) 공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그 거대함에 압도됐다. 서북부 변방의 도시 공항이 커 봤자 얼마나 크겠느냐 얕잡아봤는데 공항 터미널만 세 개다. 가히 중앙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국 서부 교통 요충지다웠다. 우루무치는 오는 2020년까지 공항 터미널을 더 증설키로 했으며, 현재 제2공항 건설 방안도 검토 중이라 전해진다.
우루무치 시내 곳곳에서도 현대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도심에는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하고 고가도로가 쭉쭉 뻗어있다. 중국의 여느 도시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현대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현대화 도시답게 교통체증도 심각하다. 근래 들어 차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현재 인구 300만명의 도시 우루무치에만 차량 보유대수가 30만대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우루무치가 위구르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이지만 전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목장의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투루판 인구의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위구르족들이 민속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고 있다. |
일주일 간 함께 동행한 안내원 소피아는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진 중국인 위구르족이다. 소피아는 우리에게 위구르어를 몇 마디 가르쳐줬다. 위구르어로 ‘안녕하세요’는 ‘야허시무스즈’, ‘고맙습니다’는 ‘레흐 멧’이라고 한다. 완전히 생소한 발음이라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중심도시인 우루무치 시내 쇼핑센터, 호텔에서 위구르어를 듣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이곳에서는 한족들이 푸퉁화로 이야기하는 게 더 보편화된 듯 하다. 소피아는 “우루무치 인구의 70%가 한족”이라고 귀띔해줬다. 다만 시내 간판에 중국어와 함께 위구르어가 아래 달려있으니 그걸 보며 정말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왔구나 라는 실감이 날 뿐이다.
밤 10시인데도 우루무치 하늘은 대낮처럼 훤하다. 베이징에서 약 3500km 떨어진 이곳에서도 베이징 시간이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현지 위구르족 사이에서는 베이징 시간보다 2시간 느린 ‘우루무치 시간’이 따로 통하고 있지만 관공서 학교 등 대부분 공공기관에서는 베이징 시간에 맞춰 운영되고 있었다.
우루무치에 이어 방문한 스허쯔, 카라마이 등과 같은 신장의 여타 도시들도 과거 낙후된 미개발 지역에서 현대화된 신개발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신장 곳곳의 도시들은 척박한 땅을 일궈내 현대화 개발을 꾀하며 과거 실크로드의 번영을 되찾는 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었다. 지난 2000년부터 10년 간 중국 정부가 제창해 온 ‘서부대개발’의 축소판을 이곳 중국 서북부 변방지 신장에서 보는 듯 했다.
◆ 고대 실크로드 역사 문화를 찾아 - 투루판
현재 중국 서북부 변방 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가 뿜어내는 현대화를 향한 힘찬 역량은 고대 서역과 중국을 잇는 실크로드 요충지로서 화려하고 번성했던 과거의 영화를 밑바탕으로 쌓아 올려진 것이다.
현대의 신장이 중국 서부대개발의 축소판이라면, 어제의 신장은 바로 인류문명의 성지이자 보물고인 셈이다. 과거 실크로드의 화려함과 번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과거 신장이 동서양 문물의 교류 중심이자 오랜 세월 소수민족의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신장은 더욱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로 다가온다.
인구 70%가 한족일 정도로 한족의 영향력이 커진 우루무치의 현대화 된 모습에 다소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우루무치 동쪽으로 약 184km에 위치한 투루판(吐魯番)을 둘러보니 갈증이 풀리는 듯 하다. 이곳은 아직까지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이 전체 도시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과는 다른 이색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로 불리는 투루판은 위구르어로 ‘패인 땅’이라는 뜻으로 해발 -150m에 위치한 분지 지형이다. 과거 화주(火州 불의 지역)라고 불렸을 정도로 숨막힐 듯 더운 도시다. 7-8월에는 최고 49도까지 치솟는다고 하니 상상만해도 그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 막히고 등뒤에 땀이 절로 흐른다.
이곳 현지인들은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여름에는 아예 지붕 위에 침대를 갖다 놓고 잠을 청한다고 하니 한밤중 모기의 공격보다 더위가 더 견디기 힘든가 보다.
투루판의 뜨거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관광지는 바로 ‘화염산(火焰山)’이다. 붉은색 바위로 이뤄진 이 산은 한낮 마치 태양 아래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 보인다 하여 화염산이라 불린다. 물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불모의 산이다. 안내원은 과거 여름철 한낮에 직접 가서 표면 온도를 쟀는데 무려 80℃ 가까이까지 온도가 치솟았다며 그 뜨거움은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뜨거운 화염산 기슭에는 유난히 청량감이 느껴지는 신비한 계곡이 있으니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포도구(葡萄溝 포도계곡)다. 동서로 2km, 남북으로 8km에 걸쳐 형성된 이 계곡은 포도덩굴이 터널을 이룰 정도로 온통 포도밭이다.
뜨거운 태양 열기 속 청정지역에서 자란 이곳 포도는 특히 당도가 높다. 세계적으로도 ‘투루판 포도’는 하미(哈米)의 멜론과 함께 달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포도의 종류도 씨 없는 포도, 적포도, 백포도, 청포도 약 100여종에 달하니 마치 천연 포도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이곳 포도구에서 생활하는 위구르족이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모습도 볼거리 중 하나다. 위구르족 전통 모자인 ‘샤오화마오(小花帽)를 쓴 남성과 화려한 스카프를 머리에 둔 여성들이 비단, 카펫 등 전통 공예품을 손수 제작해 팔거나 포도를 따서 파는 모습도 흥미롭다.
◆ 실크로드의 폐허- 교하고성
지금은 폐허로 변해버린 교하교성 유적지. 곳곳에서 고대 실크로드 국가 번영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
실크로드 억겁 세월의 역사 속에서 수 많은 왕국이 부침을 거듭했다. 이곳 투루판에는 지금은 폐허로 변해버렸지만 과거 실크로드의 화려함과 번영을 보여주는 고대 왕국의 유적지도 곳곳에 남아있다. 투루판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교하고성(交河古城)’이 대표적인 예다.
이 고성은 바위산 같은 지형의 섬에 위치했는데 하나의 물줄기가 이곳에서 갈라졌다가 다시 만난다하여 ‘교하고성’이라 불린다. 이곳 현지인들은 ‘절벽의 성’을 뜻하는 ‘야르허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르’는 위구르어로 ‘절벽’, ‘허투’는 몽골어로 ‘도시’라는 뜻이다.
교하고성은 사방이 강으로 둘러싸인 가파른 절벽 위에 위치한 천연요새지였다. 중국 한나라 때 이곳에 세워진 차사전국(車師前國)의 도읍지로서 당나라 때까지 불교 국가로 성행했으나 이후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원나라 말기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몽골족에 의해 완전히 불에 타서 폐허로 변하면서 고대 실크로드의 영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은 과거 흐르던 강물도 다 말라버리고 일부 불교 건축 유적의 잔해가 남아있다. 대다수는 땅을 파서 진흙 건축물로 만든 것들인데 수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비가 오지 않는 뜨겁고 건조한 기후 덕분이라 한다. 지난 1961년 중국 국무원은 이곳을 국가 중점문물보호 단위로 지정해 유적지 보호에 힘써 왔다.
◆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천연자연 보고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는 대륙의 6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땅덩어리가 거대하다.
얼마나 드넓은지 신장의 자연지형은 ‘세 개의 산맥 사이에 두 개의 분지가 끼어있다’고 표현된다. 신장 북쪽으론 알타이산맥, 남쪽으론 쿤룬산맥, 가운데로 톈산산맥이 있고, 알타이 산맥과 톈산산맥 사이엔 준거얼 분지, 톈산산맥과 쿤룬산맥 사이엔 중국 최대 사막인 타클라마칸 사막을 품고 있는 타림분지가 있다.
이 거대한 땅덩어리에는 애초부터 고산, 호수, 사막, 초원 등 다양한 자연환경이 생겨날 수 밖에 없었다. ‘드넓은 초원에 뛰노는 양떼’ ‘석양 무렵 사막 언덕 위로 줄지어 가는 낙타 무리’ ‘밤하늘을 수 놓은 은하수’ ‘순백색 봉우리에 둘러싸인 에메랄드 빛 호수’. 모두 신장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그만큼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한국인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서북 변방지역에 있어 인간의 발길이 미치기 어려웠으니 하늘이 빚은 천혜의 자연 관광자원이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 영화 ‘와호장룡’ 촬영지-모구이청
모구이청. 곳곳에 풍식으로 형성된 기암괴석이 자리잡고 있다. |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커라마이시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는 모구이청(魔鬼城 마귀성)이라고 불리는 아단(雅丹 풍식지형) 지질공원이 있다. 바람이 불면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여 마귀성으로 불린다고 한다.
총 면적 120㎢의 드넓은 사막 곳곳에 기암괴석이 자리잡고 있어 걸출한 장관을 연출한다. 중국 국가 4A급 관광지로 지정됐다. 중국 영화 ‘와호장룡’의 실제 촬영지로도 유명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신장의 ‘구채구’ - 카나스 호수
카나스 호수 전경. 물안개와 운해가 걷히며 서서히 드러내는 에메랄드 물빛 호수가 장관이다. |
신장위구르자치구 서북부 알타이(阿爾泰)산맥에 에워싸여 있는 해발 1374m에 위치한 카나스(喀納斯)호수는 총 면적 45㎢ 규모에 평균 수심이 120m 되는 대형 호수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부 알타이산에서 발원한 물길에 의해 빙하가 흘러 침식을 이룬 U자형 계곡에 형성된 호수로 물줄기는 카나스강을 따라 러시아를 지나 북극해로 흘러나간다.
‘카나스 호수’는 몽골어로 ‘아름답고 신비한 호수’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실제로 거대한 괴물들이 살고 있어 물을 마시러 오는 말이나 낙타를 끌고 가 한 입에 꿀꺽 삼킨다는 내용의 ‘중국 카나스 호수 괴물’이라는 전설도 있어 호수에 한층 더 신비스러움을 더해준다.
특히 물안개와 운해가 걷히며 서서히 드러내는 에메랄드 물빛 호수와 함께 산마루의 만년설, 푸른 침엽수 등이 함께 어우러져 연출한 장관은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그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카나스 풍경구는 ‘동방의 알프스’라고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호수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와룡만(臥龍灣), 월량만(月亮灣), 신선만(神仙灣) 등도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나스 풍경구는 중국 국가최고 등급인 5A급 관광지로 지정돼 있어 매년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 오색 빛깔의 강변 - 오채탄
오채탄. 석양 무렵 햇살에 비친 오채탄은 천하 제일의 절경으로 불린다. |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북부 도시 부얼진(布爾津)에서 북쪽으로 24km 떨어진 곳에는 ‘오색빛깔의 강변’이라는 뜻의 오채탄(五彩灘 Rainbow Beach)이 자리잡고 있다.
오채탄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딘 지질의 변화가 만들어낸 대자연의 결정체다. 억겁 세월의 풍파에 의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완만한 굴곡의 암석 절벽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데 각 암석층마다 함유된 광석이 달라 적색, 보라색, 황색, 백색, 흑색 등 다채로운 색깔을 빚어내 오채탄이라 이름 붙여졌다 한다. 석양 무렵의 햇살에 비친 오채탄은 천하 제일의 절경이라 한다.
특히 에메랄드 물빛의 어얼치스(額爾齊斯) 강을 사이에 두고 오색 빛깔의 암석절벽으로 이뤄진 북단과 푸른 수풀이 우거진 남단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걸출한 장관을 빚어낸다.
오채탄은 중국 국가 4A급 관광지로 매년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이 카나스 호수와 함께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신장의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