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아주중국> 중국 유학생이 본 한국의 대학 생활
2012-09-27 09:29
글 이미옥 서울대 박사 과정
2011년 한국에는 70여 만에 달하는 수험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수능 당일 듣기 평가 시간에는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전면 중단될 정도로 ‘수능’은 극도의 긴장감을 수반한다. 해마다 수능을 못 봐서 자살하는 학생도 어김없이 등장해 매스컴을 장식한다. ‘대학을 나와야만 인간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중국의 대학생들도 한국 학생들 못지않은 고도의 입시열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든 고비를 통해서 들어간 대학생활은 과연 어떠할까? 한국 학생들에게 있어서 대학교의 입학은 새로운 세계의 열림과 동시에 탈출구인 것 같다. 그동안 눌려왔던 학업의 스트레스를 보상이나 받으려는 듯이 수업을 제외한 다양한 문화생활에 자신의 일상을 투자한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춤, 음악, 악기, 운동 등 문화 스포츠 분야에서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동아리에 이외에도 마술, 봉사, 게임 등 특정 동아리들도 신청만 하면 얼마든지 만들어 활동을 펼칠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학교는 일정 정도의 전공과목만 이수하면 나머지 교양들은 충분히 개인의 선택으로 채울 수 있다. 그리하여 강의시간표를 채우거나 수업을 들을 때는 개인 위주로 이동하게 된다. 빡빡한 고등학교 일정에서 갑자기 망아지처럼 풀려나서 엄청난 자유와 함께 혼란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의식도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수업 이외의 다양한 활동이 이들에겐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동아리 활동은 전공 안에서의 활동과 달리 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인 정체성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창으로서 어떤 면에서는 더 큰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대학교에서는 대부분 학기 초에 ‘동아리 소개 행사’라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새로운 신입생을 유치하기에 열을 올린다. 대학교에서의 삶과 일상은 동아리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욱 풍성해지고 다층적 경험의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필자 또한 한국에서의 4년여 유학생활 동안 「문학회」라는 소규모 동아리의 참여를 통해 그들과 더 깊은 소통과 유대를 맺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자신의 의지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 일명 ‘둥지족’의 탄생이다. 청년실업이 높고 취업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살고 있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는 높은 학점과 다양한 자격증 및 일정 점수 이상의 영어성적은 기본이고 이력서 한 줄을 더 쓰기 위해 해외 연수와 회사인턴 같은 경험들도 점점 필요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졸업만 하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취업전선에서의 화려한 스펙 쌓기는 입학과 함께 대학생들이 투자해야 하는 또 하나의 미래 자본이다. 특히 필자가 한창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초에는 어학연수와 유럽여행, 워킹 홀리데이가 유행처럼 돌았는데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어학연수를 꿈꾸거나 돈이 없으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서라도 해외 경험을 쌓으려고 했다.
이처럼 필자가 경험하고 겪은 한국의 대학생활은 중국의 대학생활에 비해 본다면, 한편으론 다채롭고 흥미로웠지만 그 옛날에 비해서는 하루가 다르게 캠퍼스의 여유와 낭만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70, 80년대 한국 대학생들이 국가와 민족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뜨거운 관심과 열정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캠퍼스에서는 여전히 자주적인 의사와 힘을 실천하기 위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헌신적이고 투쟁적으로 실천하는 행동은 미비하다. 공통된 목표와 꿈이 사라지고 있으며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과 불만은 여전하지만 정작 이를 개혁하려고 하는 실천적 노력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부족하여 개인의 안일함과 밥그릇이 우선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