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제장관·학자들 "노병 죽지 않았다. 복지포퓰리즘 견제하라"

2012-09-23 16:28
강봉균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치우치지 않는다"<br/>26일 '건전재정포럼' 창립, 대선후보 토론회도 개최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복지지출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어 국가재정이 정말 위태롭게 되는 것이 아닌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강봉균·이헌재·진념·전윤철 등 과거 정부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전직 경제분야 장·차관과 재정학자들이 모여 이 같은 우려를 담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스스로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어려운 경제상황과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재정수입 기반 약화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권의 복지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복지확대 공약들에 대한 분석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복지공약은 국가재정의 균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경제수장을 지낸 이들의 대선공약 검증은 적합성 등 적잖은 논란과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인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직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부처 장·차관, 경제학자 등 100여명을 발기인으로 하는 '건전재정포럼' 창립식을 열기로 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강봉균 전 장관이 포럼의 총괄대표를, 최종찬 전 장관과 염명배 한국재정학회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이 실무를 담당한다.

포럼 발기인 명단에는 강경식, 강봉균, 권오규, 권태신, 박봉흠, 변양균, 이규성, 이헌재, 전윤철, 진념 전 장관 등 경제분야 고위 관료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학계에서는 김동건 서울대 명예교수, 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 재정학자들과 신상민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실장 등의 언론인도 포함돼 있다.

강봉균 전 장관은 23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국민들이 균형감각을 갖출 수 있도록 복지가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며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시기에 건전한 국가재정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커다란 버팀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전 장관은 "지금 정치권의 복지공약은 항구적인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수준까지 와 있다"고 진단하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모임의 성격을 떠나 전직 경제장관들이 대규모로 포럼을 구성한다 자체만으로도 관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오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있을 수 없다"며 "역대 정부의 경제관료들이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나 특정후보에 치우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이헌재 전 부총리도 포럼 발기인이지만 "한 사람이 포럼의 큰 틀을 바꿀 수는 없다"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향후 건전재정 세미나를 정기 개최하고 합리적 재정수요 방안을 공론화하는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대학생 등 청년층과 재정과 관련한 활발한 토론도 벌일 예정이다.

또 각 정당의 복지공약을 면밀히 따져보고 대선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이날 창립식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축사를 할 예정이고, 백웅기 상명대 교수와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각각 '저성장 고령화 시대의 재정 건전성'과 '해외 선진국 재정위기와 그 시사점, 국민생활에의 영향'이란 주제로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