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 후보에 전권 넘겨..‘쇄신’ 초강수

2012-09-16 15:55

민주당 지도부가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대통령 선거일까지 대선 후보에게 최고위의 권한 자체를 넘기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당 운영의 모든 권한이 후보에게 집중되는 ‘후보 1인 체제’를 구축, 대선 본선 국면에서 일사불란한 대오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도부 총사퇴’라는 극약처방은 피했지만, 후보에게 모든 것을 내주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지도부 2선 후퇴’ 선언인 셈이다. 당 주변에선 “사실상의 최고위 해체 선언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도부의 이번 결정을 통해 비주류 중심으로 제기돼온 ‘인적 쇄신’ 효과가 일정부분 발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도부가 15일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고강도 조치를 전격 뽑아든 것은 경선 과정에서 심화된 당내 분열상을 조기에 수습하면서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후보가 16일 안팎의 관측대로 결선투표 없이 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곧바로 전권을 쥐고 화합에 나서는 한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취지에서다.

애초 최고위원회의 테이블에 올려진 수습안은 ‘선거 관련 권한을 넘긴다’였으나 논의 과정에서 수위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날 최고위 결정에 따라 선대위 구성을 의결하는 당무위의 권한 자체도 후보에게 위임되며, 당의 인사·재무권도 후보에게 넘어가게 된다.

회의에서는 이종걸 최고위원이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기도 했으나 이 경우 비대위 전환 및 전대 개최 등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당직자 일괄 사퇴론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도부는 당초 회의에서 쇄신안도 다듬을 예정이었으나 쇄신안 확정도 후보의 몫으로 돌아가게 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 대변인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고, 또다른 참석자도 “지도부로선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회의가 끝나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당내 화합 및 쇄신책을 비롯해 모든 ‘공’은 대선 후보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선대위 구성은 10월 초 쯤이나 일단락될 것으로 보여 향후 2주가량 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도부 핵심인사는 “현실적으로 고민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마저도 후보가 판단하도록 다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분간 선대위에 앞서 조만간 꾸려질 대선기획단 중심으로 당 운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보궐 선거 공천, 윤리위 소집 등의 영역은 기존 최고위가 맡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도부도 전날 회의에서 “후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의결 사항에 포함, 후보가 필요로 할 경우 조력·지원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지도부가 일단 후보를 위해 자리를 비켜줬지만, 선대위 내에서 중책을 맡으며 대선 과정에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핵심인사는 “선대위가 모든 이들을 끌어안는 ‘덧셈의 정치’의 장, ‘용광로 선대위’가 되려면 당연히 이 대표도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 핵심인사는 “후보가 여러 가지를 고민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