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 리모델링으로 비상구 찾기

2012-09-10 18:27
대학가, 새 오피스텔에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수요 줄어 비상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인하대와 인하공전 등 약 3만명에 달하는 대학(원)생 수요를 배후로 하는 인천시 남구 용현동 주택가.

최근 이 일대에 들어선 원룸들은 리모델링 공사로 한창 분주하다. 지어진 지 오래된 빌라는 물론 10년도 안된 원룸 건물들조차 내년 신학기 수요를 대비해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로 원룸 임대업을 겸업 중인 최모(48·여)씨는 "임대료를 내려도 수요가 갈수록 줄어 아예 리모델링을 결정했다"며 "이 같은 상황은 올해 유난히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대학가 원룸 월세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에다 장거리 통학생이 늘면서 대학가 원룸 수요가 크게 줄고 있어서다. 사진은 서울 홍익대 인근 원룸 밀집지역.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며 대학가에 대거 들어선 원룸시장이 예전같지 않다. 이는 최근 1~2년새 원룸 공급이 과잉 양상을 보이는 데다, 대중교통망이 확충되면서 통학을 택하는 학생들이 늘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새로 지은 원룸이나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을 선호해 오래된 원룸은 임대료를 인하해도 임차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로 통학한다는 대학생 조민재(23)씨는 "학교 주변에 새 원룸이 여럿 들어서자 오래된 원룸들은 인기가 떨어졌다"며 "더구나 최근에 광역버스들이 각지에 많이 생겨 굳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자취를 해야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나 전철역과 좀 떨어져 있는 원룸들의 수요는 더 줄어든 상황이다.

홍익대 인근 S공인 관계자는 "학교나 역과 아주 가깝지 않은 곳의 원룸은 다수가 올해도 월세를 낮췄다"며 "최근 3~4년 동안 약 10% 쯤 떨어졌다"고 전했다.

인천 용현동 인하대 후문 쪽 19~26㎡짜리 원룸 임대료도 보증금 250만원에 월 33만~35만원으로, 일년 전보다 월세가 5만원 정도 내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 일대 원룸과 오피스텔의 임차인 모집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임대인들의 선택은 크게 둘로 나뉜다. 임대료를 아예 내리거나 리모델링 공사 등을 통해 시설을 고급화하는 것이다. 풀옵션을 갖춰 대학가를 찾는 직장인과 외국인 수요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원룸 투자에 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직장인들이 오피스텔에서 대학가 원룸으로 옮겨간다고 하지만 대학생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가 원룸의 임대료 인하 또는 시설 고급화 경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대학가 일대 원룸에 투자한다면 오피스텔과 원룸의 중간 형태인 '원룸텔'에 투자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대학생의 수요가 줄고 교통망도 확충되는 상황에서 장기 수익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고급화된 원룸에 투자해 임대료를 낮춰받지 않으면서도 직장인 유치도 노려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대학가 원룸 수익은 지방이나 수도권이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따라서 원룸에 투자하려 한다면 값이 비싼 서울 강남보다는 강북, 서울보다는 경기도, 경기도보다는 지방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