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로 대기업 ‘지붕위 태양광’ 설치 붐

2012-09-09 14:58
불황에 설치가격 하락… 루프탑 보급에 한몫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붕형(루프탑) 태양광 설치가 활발하다.

불황에 따른 태양광 설치가격 하락과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등 루프탑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에 이어 OCI,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한화 계열사인 한화솔라에너지는 2014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서울시에 100MW급 발전소를 설치키로 했다. 또 이달엔 OCI가 100MW를 설치하는 내용의 투자 양해각서를 서울시와 체결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 건물옥상 등에 발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력수급 안정화와 친환경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LG도 최근 LG전자의 구미공장과 LG화학의 오창공장에 각각 3MW급 발전소를 준공했다. 또 이번 설치를 시작으로 향후 그룹 계열사의 주요 공장에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현상은 RPS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루프탑 설치가 늘고 있는 것은 RPS 가중치가 높기 때문”이라며 “올해부터 시행된 RPS에서 태양광 발전의 경우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가중치가 1.5로 가장 높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불황 등 다른 부수적인 요인도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및 태양광 침체로 투자 저해요인이었던 비싼 임대료와 태양광 부품(모듈)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환경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계속된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해 태양광 등 민간 생산전기의 구매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설치 경험은 해외진출에도 도움이 된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관계자는 “RPS제도 충족을 위해 시설 설치 및 운영사업을 하면서 다운스트림 분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며 “사업경쟁력이 낮은 폴리실리콘, 셀, 모듈 생산분야에서 무리하게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발전사업자로 참여하면서 장기적 시장방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가정 및 빌딩의 자가 수요용 태양광 발전이 향후 태양광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해외경제연구소는 “2011년 기준으로 가정 및 빌딩용 시장이 전체 태양광시장에서 20%에 못미치나 2020년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가격은 산업용 대비 비싸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은 가정용 독립전원으로써 경쟁력이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기업들의 루프탑 시장 진출이 활발하면서 사업영역이 겹치기도 한다. 국내외 발전사업에 적극적인 한화는 내년 폴리실리콘에도 진출해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폴리실리콘 메이저인 OCI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발전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는 LG화학이 폴리실리콘 진출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서브원, LG솔라에너지, LG C&S 등이 사업활동 중이다.

다만 OCI는 소재만 공급하고 설치는 외주에 맡겨 다운스트림에 직접 진출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OCI측은 국내외 주요 그룹들이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와중에 “우리는 고객회사의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며 “고객사와 경쟁관계를 만드는 일은 앞으로 몇 년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