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훈 의정부지법 법원장 취임사 전문>
2012-09-07 13:03
의정부지방법원 가족 여러분!
먼저 부족한 저를 따뜻이 맞이하여 주신 의정부지방법원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경기북부의 도봉산과 수락산 등 수려한 경관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법원장 직무를 수행하게 된 것을 매우 큰 영예로 생각하고, 법원장 인사발령 이후 여러분과의 소중한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우리 법원은 50년 전 의정부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한 이래 그동안 고양지원을 포함하여 법관 및 직원 600여 명이 300만 명을 훨씬 넘는 인구를 관할하는 큰 법원으로 성장하여 왔습니다.
탁월한 경륜으로 우리 법원을 훌륭하게 이끌어 오신 박홍우 전임 법원장님을 비롯한 역대 법원장님들, 그리고 열악한 근무여건 가운데에서도 법원장님을 도와 맡은 직무를 성심성의껏 수행해 온 우리 법원 가족 여러분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그 성과를 이어받아 그동안 약 30년간 법관으로서의 재판 경험과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쌓은 사법행정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여러분이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법관 여러분!
땅은 겉에서 보면 메말라 보일 수 있으나 깊이 파보면 그곳에 생명을 살리는 지하수가 흐르는 것처럼, 저희들이 대하는 각종 사법적 분쟁도 피상적으로 볼 때는 도저히 개선될 가망성이 없어 보이지만, 이를 깊이 파헤쳐 들어가다 보면 그 안에 치유와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 하나의 사건에서, 법의 공정한 선언을 통하여 사법적 정의를 세움은 물론, 나아가 열린 마음으로 사건 당사자의 관계 회복을 위하여, 상처받은 관계자들로 하여금 공동체의식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서적인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사분쟁은 흔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데, 그들 사이의 갈등이 재판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해소될 때, 비가 온 후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전보다 더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됨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형사재판의 경우에도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될 때까지 방치하였다가 일벌백계의 엄중할 형벌을 과하는 처벌중심의 사법운영보다는 반사회적 악성이 커지기 전에 관련된 사법절차에서 그 원인을 분석하여 그에 합당한 치료적 사법을 실시하거나, 다른 공공기관과 협력하여 조기에 치유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을 찾음으로써 범죄로부터 국민공동체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법원은 종전과 같이 분쟁해결자의 지위에서 법정 안에서 법을 선언하는 자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법원에 대한 신뢰를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봉사와 교육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지역 커뮤니티와의 교류가 법관들의 주요업무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국민을 법원 안으로 초대하여 법원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들여다보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마음을 열어 보임으로써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투명하고 열린 법원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조적인 모든 방안을 강구하여 소송 절차나 실제 재판 모습을 국민으로 하여금 제대로 알게 하고, 국민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국민이 사법업무에 참여하는 문호를 넓히고, 법정뿐 아니라 법원 업무가 행해지는 모든 현장에서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사법불신의 원인인 재판에 대한 각종 의구심이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재판하는 법관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믿음을 얻을 수 있고, 국민이 승복하는 재판의 진정한 권위를 세울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신뢰받지 못하는 법관은 단지 법률기술자에 지나지 않을 뿐 진정한 법관이 될 수 없음을 결코 잊지 말고 모든 일에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고결한 인품과 뛰어난 직무능력을 갖추도록 온 힘을 다 하여야 할 것입니다.
제가 법원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여러분 모두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소통과 공감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올바른 법정 운영과 지역사회와의 교류에 관하여 함께 고민하면서 지혜를 모으고, 좋은 방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당사자와 소통하는 재판다운 재판은 법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제대로 구현될 수 없습니다.
재판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재판절차나 결론 못지않게 법정에서나 민원 현장에서 국민과 공감하는 사법서비스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은 이제 국가기관에 대하여도 친절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사회환경이 변하고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더욱 높은 품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해야만 국민을 만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을 찾는 국민은 이미 법적인 다툼으로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상처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목민심서에 이른 것처럼 그들로 하여금 부모의 집에 들어오는 것같이 편하게 해 줄 마음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위로하고 격려하며 진정으로 공감하는 자세를 보일 때 그들은 비로소 우리의 재판에 만족하고 법원을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재판부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법원 가족 여러분!
우리 법원은 우리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삶의 터전입니다.
우리 법원이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 법원 가족 모두에게도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법원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질책하며 앞에서 끌고 나가기보다는, 여러분 스스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우리 법원 가족 모두가 항상 즐겁고 활기찬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법원을 가꾸어 갑시다.
우리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모든 국민이 우리의 성의(誠意)를 믿고 그 재판의 결론에 기꺼이 승복하며, 저희들이 제공하는 사법서비스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합시다.
그동안 우리 법원을 지키고 키워 오신 여러분의 노고에 대하여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면서 우리 법원 가족 여러분과 가정에 건강과 축복이 늘 함께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