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자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 기승

2012-08-07 16:48
취업 미끼로 공인인증서 등 요구해 대출사기 악용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청년 이모씨는 서울 소재 한 업체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취업보증금 500만원을 요구받았다.

취업이 절실했던 이씨는 보증금 납부에 동의했으며 업체 측에서 소개한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렸다. 퇴사할 경우 업체에서 20%만 돌려주고 나머지는 본인이 직접 상환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취업 후 이씨가 맡은 업무는 취업 사이트를 통해 구직자에게 접근한 뒤 동일한 방식으로 보증금을 납부하게 하고 이 가운데 50만원을 수당으로 받는 것이었다. 결국 해당 업체는 청년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불법 다단계 회사였던 셈이다.

최근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년 실업자들은 취업 스트레스와 함께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취업을 미끼로 대출사기를 저지르는 불법 업체를 신고하는 민원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취업 관련 대출사기로 인한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일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들 불법 업체들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거나 입사를 하는 과정에서 구직 희망자들에게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신분증 및 예금통장 사본 등을 건네받고 이를 대출사기에 악용하고 있다.

실제로 충남 천안에 사는 최모(29·남)씨는 한 컨설팅 업체에 취직하면서 회사 내에서 카드 및 보험모집 관리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등본과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는 최씨 몰래 카드사 1곳과 저축은행 3곳으로부터 4000만원 가량을 대출받아 편취하고 잠적해 버렸다.

이와 함께 취업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요구하거나 대출서류 작성을 종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인인증서 등을 제3자에게 제공하면 대출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관계자는 “취업 과정에서 대출사기로 의심할 만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나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등에 즉시 신고를 해야 한다”며 “다만 일단 사기를 당하고 나면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전에 본인 스스로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신고가 접수되면 본인 동의 과정을 거쳐 2~3일 내에 경찰서나 법률구조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으로 이첩된다.

수사가 필요한 사안은 경찰서로, 법률상담 및 소송지원이 필요한 사안은 법률구조공단으로, 금융지원이 필요한 사안은 캠코로 각각 이첩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