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넘버3’ 현대기아차, 연내 누적판매 600만대 넘긴다
2012-08-07 03:00
지난해 110만대… 올 2월까지 누적판매 500만대 넘어서<br/>현대기아차 5ㆍ6공장 완공되는 2014년 연간생산 173만대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1992년 8월24일. 한국과 중국은 이전까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마침내 수교를 맺었다. 1953년 대화 단절 이래 40년만이었다. 한중수교는 지난 20년 동안 정치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다 줬다. 무엇보다 미국ㆍ일본에 집중된 무역 편중을 낮추고 한국 경제가 균형을 찾아가는 데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 중 중국은 약 20%로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다.
그런 만큼 한중수교 최대 수혜는 기업이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CJ와 롯데,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국내 대다수 소비재 기업이 일찌감치 현지에 생산 공장을 차리는 형식으로 진출했고, 이제는 국내 이상의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지난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 2010년 이래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GM-폭스바겐과 함께 ‘톱3’에 일찌감치 안착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선전, 완연한 글로벌 톱5 자동차 회사로 올라섰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글로벌 신차판매실적은 357만6155대. 이중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59만3896대(비중 16.6%)로 국내 시장(56만7251대)를 앞섰다. 단일 시장으로는 미국(64만5376대)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특히 일찌감치 수출을 시작한 미국과 달리 중국에선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현지 점유율 역시 지난해 1447만대의 현지 승용차 시장서 현대기아차는 117만 대(현대 74만대, 기아 43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8.1%(한국자동차산업협회)를 기록 중이다. 이는 240만대의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220만대의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업계 3위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토요타(53만대)나 닛산(81만대), 혼다(62만대)를 월등히 앞서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 유일하다.
이 추세라면 기아차가 중국에 프라이드를 수출한 1997년 이래 16년 만인 올 연말께 누적 판매 6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총 488만대를 판매한 회사는 올 2월로 500만대(507만대)를 넘어섰으며, 올해 중국 판매 목표는 125만대다.
올 4월 열린 중국 베이징모터쇼 2012에서 처음 소개된 신형 아반떼(현지명: 랑동). (사진= 현대차 제공) |
‘현대속도’는 글로벌 시장에선 신참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보여 준 빠른 추진력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첫 수출은 기아차가 1997년 판매한 프라이드 150대로 16년 역사지만, 회사가 그 해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200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까지 정상적인 경영을 못 했던 걸 감안하면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2002년부터다. 당시 판매는 5만대를 밑돌았던 걸 감안하면 사실상 10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0년, 기술만 뺏길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도 중국 진출을 추진했다. 베이징과의 50대 50 합작사인 베이징현대를 설립한 직후, 베이징에 연산 10만대 현대차 1공장을 지었고 완공된 2002년 말 EF쏘나타 2000대를 만들어 판매했다. 회사는 이듬해 5만2128대, 2004년 14만4088대, 2005년 23만3668대, 2006년 29만29대 등 빠른 속도로 판매를 늘려갔다. 이 와중에 공장은 지속적으로 증설, 연산 30만대 규모로 확대됐다.
이맘때 현대차의 아반떼XD가 베이징 시내의 택시 및 공안차량으로 채택되며 판매는 성장 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에 베이징 2공장까지 본격 가동되며 판매량은 폭주했다. 2009년 57만309대, 2010년 70만3008대, 2011년 73만9800대로 이어졌다. 연말부터 베이징 3공장이 가동되는 걸 감안하면 올해는 8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이 곳 공장에선 국내에서만 생산되는 에쿠스, 제네시스 같은 고급 차종을 제외한 아반떼, 쏘나타, 투싼 등 대부분 차종이 현지 생산, 판매되고 있다.
1998년 이래 주춤했던 기아차 역시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2002년 3월, 현지기업인 동펑(東風)자동차와의 합자기업 동펑위에다기아를 설립 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 장쑤성 옌청구에 연산 43만대의 기아차 중국 1ㆍ2공장을 건설하고 꾸준히 판매를 늘려오고 있다.
2007년 처음으로 10만대(10만1427대)를 넘어선 이래, 2008년 14만2008대, 2009년 24만1386대, 2010년 33만3028대, 2011년 43만2518대 등 속도만 놓고 보면 현대차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다. 기아차는 올 7월, 오는 2014년 첫 가동을 목표로 연산 30만대의 옌청 3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이를 합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2006~2008년 30만~40만대 수준에서 2009년 81만대, 2010년 103만대, 지난해 110여 만대까지 가파르게 성장했다. 회사는 중국 시장이 당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현대기아차 6개 공장이 풀 가동되는 오는 2016년에 중국 174만대(현대차 100만대, 기아차 74만대) 생산 체제를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예상 총 생산능력(789만대)의 22%이자, 전체 해외 생산의 38%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성공 모델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중국 진출에 신중했던 일본이 오히려 한국에 뒤쳐지며, 이제서야 현지 시장에 맞춘 저가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11월 28일 열린 현대차 베이징 3공장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는 정몽구 회장(왼쪽 4번째). (사진= 현대차 제공) |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GM과 폭스바겐이 증설에 나선 데 이어, 엔고와 리콜, 지진이라는 3중고에 시달렸던 토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브랜드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토요타와 닛산은 각각 연산 10만대, 20만대의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며, 완공 땐 토요타의 중국 생산능력도 100만대를 넘어서게 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은 2000만대(승용차는 1400만여 대)를 조금 밑도는 중국의 연 자동차 판매량이 오는 2020년에는 지금의 1.5배인 3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지 회사의 성장과 글로벌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경우 과잉 생산의 우려도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해법은 틈새시장 개척이다. 전통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과 일반 양산차 시장 사이에 있는 중고급형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올 4월 열린 ‘2012 베이징모터쇼’에서 신형 아반떼, 현지명 랑동(朗動)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기존 엘란트라(아반떼XD)가 택시 등 중저가 시장, 위에둥(아반떼HD)가 중가의 기존 시장을 지키고, 신모델로 중고급 시장을 개척하는 1모델 3색 전략이다. 내달께 가동되는 현대차 베이징 3공장은 당장 이 모델을 연 12만대씩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2010년 4월 기아차 중국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정몽구 회장(가운데). (사진= 기아차 제공) |
회사는 이 같은 실패 경험을 살려 지난해 4월 중국 난징자동차와 합자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연산 16만대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오는 2015년께 완공을 목표로 총 6000억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향후 10년 내 상용차 판매 40만대, 상용차 부문 글로벌 2위라는 그룹의 장기 목표의 첫 단추 역시 중국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부품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산하 부품계열사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와 때를 같이 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 현재 중국 상하이에 영업소 및 자체 연구개발(R&D)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신차 부품공급은 물론 수리용 부품의 원활한 공급은 소비자 만족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애프터서비스와 직접 연관돼 있다. 현대차가 지난 2009년 중국질량만리행촉진회로부터 ‘애프터서비스 품질만족도 조사’ 자동차부문 1위를 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같은 완성차-부품사의 연계 덕분이다.
현대모비스는 또 지난 2005~2006년 중국 MGㆍ화타이ㆍ난징ㆍ창샤중타이자동차 등과 연이어 부품 공급계약을 맺으며, 2009년 이래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부품 수주 및 글로벌 톱10 부품사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회사는 여전히 현지 영업망을 통해 중국 현지 시장에서 추가 수주 기회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