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빅10' 대주주 지위도 '불안'?..지분 최대 70% 차입담보 설정

2012-08-02 07:00
전문가 "경영권 방어 약화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코스닥 한계기업뿐 아니라 시총상위 10위권 회사마저 최대주주 측 지분이 최대 70% 이상 차입담보로 설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경영권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인 오너 지분까지 잡혀가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1일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총상위 10곳 가운데 절반인 5곳은 전월 말 현재 최대주주 측 지분이 차입담보 또는 기타계약에 묶여 있다.

시총 1위 셀트리온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보통주 7195만주(발행주식대비 41.65%) 가운데 56%에 가까운 4003만주는 현재 금융사 차입담보로 설정돼 있거나 공동보유자와 계약이 맺어져 있다. 이 가운데 차입담보는 2780만주로 최대주주 측 지분 가운데 39%에 가깝다. 셀트리온 측 차입금은 3월 말 현재 4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2902억원에 비해 1년 만에 55% 이상 증가했다.

시총 2위 다음커뮤니케이션, 3위 서울반도체, 5위 파라다이스, 10위 젬백스&카엘도 마찬가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대주주인 이재웅 창업주 측 특수관계인 박은숙씨가 보유주식 13만주 전량을 담보로 씨티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최대주주 측 지분 대비 5% 이상 물량이다.

서울반도체는 최대주주인 이정훈 사장 및 친인척이 보유주식 280만주 가운데 58%에 가까운 161만주를 차입 또는 증여세 분납을 위한 담보로 잡혔다. 파라다이스와 젬백스&카엘은 최대주주 측 지분이 각각 65%와 71% 이상 차입 담보로 묶여 있다.

최대주주 주식을 담보로 잡힌 곳을 보면 대체로 적자 지속 또는 수익 감소가 발생했다. 결국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지면서 차입 확대 및 추가 담보설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젬백스&카엘은 2011회계연도 20억원 이상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서울반도체는 같은 시기 순이익이 170억원을 밑돌면서 1년 만에 85% 이상 줄었다. 파라다이스와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순이익이 1년 사이 각각 14%와 11% 이상 감소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최대주주 측 주식담보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차입 또한 회사 측이 아닌 특수관계인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최근 5년간 실적개선세도 뚜렷해 나머지 회사와는 차별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산을 적극 활용한다는 면에서는 주식담보대출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그러나 경영권을 방어할 마지막 수단까지 차입에 동원된다는 점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