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세기의 대결’ 美본안소송 향방은?

2012-07-29 10:35

미국에서 30일(현지시간) 시작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 침해 관련 본안소송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미국은 삼성과 애플이 법정 다툼을 벌이는 세계 9개국 중 하나이지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자 애플의 ‘안방’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양사의 특허 분쟁도 미국 소송 결과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손해배상 규모=이번 소송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가운데 양사가 사실상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SA(Strategy Analytic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시장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34.6%이고 애플의 점유율이 17.8%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이 이들 두 회사의 몫이다.

애플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로 25억2천500만달러(약 2조9천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이 자사의 디자인 특허를 사용할 때마다 24달러를, 나머지 특허 역시 기기당 2~3달러씩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삼성이 대당 90~100달러(약 10~11만원)의 특허 이용료를 애플에 낼 것을 요구했다.

반면 자사가 삼성에 낼 무선통신 기술 특허 사용료로는 대당 0.0049달러(약 5.6원)를 제시했다.

삼성이 무선통신 특허와 관련해 기기당 2.4%의 로열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양사 주장의 차이가 크다.

삼성의 요구액대로라면 애플은 지난 분기에만 3억7천500만달러(약 4천300억원)의 특허료를 내야 하지만 애플의 제시액대로라면 불과 12만7천400달러(약 1억5천만원)만 지급하면 된다.

◇애플에 유리했던 가처분 심리…본안소송은?=미국에서 진행한 ‘갤럭시탭 10.1’과 ‘갤럭시 넥서스’의 가처분 심리는 애플에 유리하게 진행됐다.

애플은 태블릿PC 디자인 특허를 이용해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가처분 명령을 얻어냈고, 스마트폰 통합검색 특허를 적용해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명령을 이끌어 냈다.

심리를 진행하는 판사의 평가도 사뭇 애플에 유리한 쪽이다. 새너제이에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이 경쟁할 권리를 갖고는 있지만 (다른 회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제품을 시장에 쏟아내 부당하게 경쟁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본안소송에서도 애플이 좀 더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막으려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리는 가처분 심리와 달리 시간을 들여 사안의 모든 면을 따져야 하는 본안소송에서는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당장 같은 특허·같은 사안을 두고 미국과는 다른 가처분 결정을 내린 국가들이 눈에 띈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과 뮌헨 법원은 ‘갤럭시탭 10.1N’과 ‘갤럭시 넥서스’를 판매금지해 달라는 애플의 가처분 신청 심리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으며, 애플의 항고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 법원도 이달 초 갤럭시탭이 애플 ‘아이패드’를 베끼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호주 법원은 갤럭시탭 10.1을 판매금지시켰다가 항고심에서 뒤집기도 했다.

또 네덜란드 법원에서는 삼성이 무선통신 기술 특허를 무기로 애플에 일부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미국 외에 유럽이나 호주 등지의 판세는 삼성에 다소 유리하게 전개되는 셈이다.
이들 판결이 미국 본안소송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리면서 해외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상당한 간접적 영향은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 내 가처분 결정의 본안소송 영향은 오히려 제한적이다.
고 판사는 결정문에서 “갤럭시탭의 판매금지 결정은 향후 재판에서 ‘제한된 가치’만 있다”며 “이들 결정을 증거로 사용하게 되면 하나의 소송 안에서 다른 소송을 하는 격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글과 다른 안드로이드 폰 제조사에도 영향=삼성-애플 소송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구글과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삼성과 애플의 공방전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뒤에 구글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갤럭시 넥서스가 받은 판매금지 명령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탑재한 통합검색 기능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 기능은 안드로이드 4.0버전 ‘아이스크림샌드위치’에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삼성 외에 다른 제조사의 안드로이드폰에도 이 기능이 적용됐다.

결국 이번 소송에서 삼성이 패소하면 구글과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연이어 법정에 서거나 합의를 통해 막대한 특허 사용료를 애플에 내야 한다.
이번 본안소송에서 구글이 삼성을 측면지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명령이 내려졌을 때도 삼성과 구글은 공동으로 대응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