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신용등급 AAA 강등 위기
2012-07-26 15:53
세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2분기 -0.7% 기록<br/>독일 전망 ‘부정적’ 강등 이어 유럽 최대 위기 직면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극심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밖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영국의 신용등급이 강등 위기를 맞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독일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한 데 이어 영국마저 하향 조정되면 유럽 경제는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영국의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현재 트리플A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분기 GDP 성장율이 마이너스 0.7%로 시장예상치 마이너스 0.2%를 크게 하회, 세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FT는 “지난 2월 영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던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실제 등급강등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디스나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2분기 마이너스 0.7% 성장률은 등급 강등 요건이 될 수 있다. 영국 위상은 물론이고 국채매입프로그램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 1978년 이후 줄곳 트피플A 등급을 유지해왔다.
스탠다드앤푸어스도 지난 4월 영국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예상보다 중기 성장이 악화되면 등급 강등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S&P는 올해 성장률을 0.5%로 내다봤지만 현재로선 달성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베어링애엣매니지먼트사의 앨런 와일드는 “2분기 성장률은 그 어떠한 말로도 해명되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긴축재정을 밀어 붙이며 경제 운용을 맡아온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에게 큰 타격이며, 등급 강등을 위한 신용평가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투자기관들의 걱정도 마찬가지다.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의 닉 가트사이드는 “영국 경제는 취약 그 자체”라며 “신용등급으로 말하면 이미 영국 국채는 안전한 도피처 지위를 잃었다”고 밝혔다.
영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더라도 국채자금 조달 비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영국의 국채매입프로그램과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럽에서는 영국 국채가 가장 안전한 투자 도피처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한 단계 강등됐지만, 여전히 미국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 입장에서는 성장률 악화와 등급강등이 큰 부담이다. 2010년부터 보수당 중심의 연립정부가 추진해온 긴축재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복지수당 삭감, 공무원 인력 감축 등 고강도 긴축재정을 펼쳐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경기 회복과 실업률 개선을 위해서는 긴축이 아닌 확장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반론이 많았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이달 초 경기부양을 위해 500억파운드(약 89조)의 양적완화 조치를 결정했지만, 더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야당인 노동당의 예비내각 총리인 에드 볼스는 “데이비드 캐머룬 총리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의 잘못된 경제 운용으로 영국 경제가 쪼그라들었고 결국은 깊은 침체로 빠져들었다”고 비난했다. 오스본 재무장관을 비롯한 연립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구조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축재정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영국 통계청(ONS)는 이날 “긴축재정에 따른 건설부문 생산이 위축돼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0.7%로 더 하락했다”고 밝혔다. 공공주택 건설과 인프라 투자 감소 등에 따라 건설부분은 전 분기보다 무려 5.2%나 생산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