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투자銀, 아시아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

2012-07-25 11:32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유럽 미국 등 본국에 이어 아시아지역에도 대대적인 감원에 나섰다. 유럽 재정위기에 미국의 성장 둔화로 아시아 지역까지 악영향을 받은데다 투자은행들이 아시아지역에 몰리면서 경쟁도 심화됐다. 이에 아시아지역 마저 수익이 악화되자 감원을 실시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크레디드스위스그룹 도이체방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은 최근 아시아 지역의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러시아의 르네상스캐피탈은 일부 아시아 지점을 폐쇄하기도 했다. 영국의 리서치업체인 코얼리션에 따르면 주요 은행이 아시아 지역에서 올해 1분기에는 무려 18%나 감축했다. 지난해의 경우 8% 가량을 감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아시아지역에서 감원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리안 아시아패서픽 책임자는 “장기간 성장을 위해선 냉정함이 필요하며 이를 실행하지 못하면 몇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욱 잔인한 계획을 세워야 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은행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재조정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의 투자를 강화했다. 지난 2010년에만해도 10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아시아 투자 부문의 직원 수를 12%나 늘렸다. 이는 전세계 직원 증가폭인 6%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아 투자 직원 수가 2% 줄었고 올해의 경우 1분기에만 2%가 감소했다. 예컨대 도이체방크의 호주 투자부문 직원 수가 75명이었으나 2010년 115명으로 늘어났다고 현재 95명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심지어 아시아의 최대 경제국인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씨티그룹은 최근 중국 기업투자팀에서 7명을 해고했다.

모간스탠리의 빌 스토롱 아시아패서픽 책임자는 “올해가 티핑 포인트(기존의 균형을 깨고 새로운 흐름)다”며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와 시장의 불확실성이 대규모 감원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WSJ는 최근 유럽연합(EU) 등에서 자본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비용삭감에 팔을 걷어부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시장거래 규모가 줄어들고 중개 수수료 또한 감소해 비용삭감이 필수정책이 됐다고 덧붙였다.

올해 아시아지역의 주식 거래는 전년대비 22.4% 하락한 7조 6340억달러에 그쳤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시아의 투자은행 자문 수익은 전년대비 24% 하락한 5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유럽의 감소폭과 일치한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아시아 증권 사업부를 말레이시아의 2위 은행인 CIMB그룹에 매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일본의 부동산대출부문의 30여명 직원을 2명으로 줄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리린치의 마이클 조 M&A 책임자 등 소득이 높은 임원들도 해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