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IPO무산 탓 '빈사위기' 증권사서 3조원 잠잔다
2012-07-12 14:20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정부가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기업공개(IPO) 계획이 사실상 무산돼 주요출자자인 국내 증권사만 장기 증시침체에 따른 경영난에도 3조원 이상을 잠재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ㆍ선물회사 등이 거래소에 출자한 지분 총 2000만주에 대해 산정한 장부가는 3월 말 현재 1주당 평균 16만7000원씩 모두 3조3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회사별로 1000억원 안팎 자산이 거래소 IPO 불발로 시장성 없는 지분증권으로 묶이면서 자본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단일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소 주식을 가진 우리투자증권(4.60%)이 보유한 거래소 지분 가치는 장부가 기준 1540억원을 넘어섰다.
3% 이상 출자한 곳도 9개사(동양증권 KDB대우증권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현대증권 유진투자증권 신영증권)로 장부가가 각각 1200억원 내외에 이르고 있다.
거래소 출자 지분은 회사별로 장부가가 최대 1500억원을 넘어서는 데 비해 장부상 외형만 불릴 뿐 회사를 청산하기 전에는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해 비용으로 봐야 하는 영업권에 가깝다.
반면 거래소 IPO가 이뤄질 경우에는 장부가를 뛰어넘는 값에 유동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지속되는 실적 가뭄에 시름하는 증권사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63개 증권사 순이익은 앞서 3월 말로 끝난 2011회계연도 2조원 남짓에 머물면서 1년 만에 2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을 낸 회사만 11곳에 달해 5곳 가운데 1곳 꼴로 적자를 낸 셈이다.
전월까지 3개월 사이 또한 거래대금 감소 속에 코스피가 8% 가까이 하락해 새 회계연도 실적 전망 역시 어둡다는 관측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2007년 IPO를 추진했다가 공공기관 지정으로 보류한 이후에는 진척된 사항이 전혀 없다"며 "정부가 정책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는 한 거래소에서 드라이브를 걸어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