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파업 첫날, “공사현장 큰 차질 없었지만…”
2012-06-27 17:58
비조노원들 참여 여부·장기전 돌입 가능성<br/>주요 토목공사 차질 불가피, 민간 공사도 우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파업 첫날인 만큼 큰 피해는 없습니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노조원들이 파업에 대거 참여할 경우 공정률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합니다.”(인천 한 공공공사 현장소장)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첫날인 27일 오후. 전국 주요 토목공사 현장은 평소처럼 공사가 진행됐다. 초기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와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세종시 공사현장도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사 인력들이 남아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마치 '찻잔 속 태풍' 같다.
◆건설노조 파업 첫날, '찻잔 속 태풍'
울산·광주 등 일부 지역은 건설노조원들이 1000여명씩 모여 집회를 하고 있고, 노조원들이 지부별로 공사 현장을 다니며 비노조원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번 파업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이 경우 공정률 감소 등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다.
피해가 우려되는 주요 토목공사 현장은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동탄2신도시, 삼척발전단지, 원주 기업도시, 세종시, 충북 마전~옥천도로공사, 광주 진곡산업단지, 전남영암 영산강 공사 등이다.
정부와 각 공기업들은 이와 관련해 비상대책본부를 각각 마련, 공사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각 공기업 조사에 따르면 파업 첫날인 이날 주요 공공공사 현장의 약 20~30%가 일손을 놓고 파업에 참가했다.
도로공사 현장에서는 건설기계 2095대 중 284대가 파업에 참여했다. 수자원공사 공사현장에서는 969대 중 7대가 가동을 멈췄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철도시설공단 공사현장으로 이날 건설기계 355대 중 62대가 파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공사 중단 현장은 없다고 공단 측은 전했다.
이 밖에 지방 국토청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도 20~30%씩 파업이 진행돼 일부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LH 관계자는 “아직까지 주요 공사현장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일시에 대거 인력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체 장비와 대체 인력 충원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철도공사와 도시공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토부도 건설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지난 25일부터 상황실을 운영하며 현장 동향을 파악 중이다. 특히 국토부는 "28일 건설노조의 상경 투쟁과 관련해 대체장비 및 인력을 대부분 마련해 놓은 만큼 공사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 공사 현장 "그래도 안심 못해"
민간 건설사들은 일단 예의주시하면서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번 건설노조 파업의 주요 원인이 공공공사 사업장의 체불임금인 만큼 민간 공사에는 단기간에 불똥이 튀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건설노조원들이 공공공사뿐 아니라 민간공사 현장에도 적지 않게 투입돼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국토부와 건설노조가 파업 전 6차례나 만나 의견을 주고받았는 데도 임대료 문제 등을 놓고 여전히 양측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파업이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등은 이와 관련해 최근 자체 상황실을 설치하고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파업 현황을 파악 중이다. 특히 건설 노조원이 많은 협력업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두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주요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자재를 미리 확보하고 대체 인력과 건설기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건설 자재 납품이 늦어지고 공사인력 및 덤프트럭·굴착기 등 중장비까지 상당수 멈춰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장마철까지 겹칠 경우 공정률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