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의례 남은 전기요금 인상…中企 “왜 지금, 죽으란 소린가”
2012-06-13 16:09
-“산업용 5% 인상이라도...채산성 악화” 고민 깊어져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전기 요금인상 수정안을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유럽발 경기침체에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12.6% 인상에 이어 올해도 산업용 전력 요금을 올리면 원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13일 정부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전기위원회가 지난 8일 한국전력이 신청한 평균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반려했지만 한전이 수정 인상안을 재신청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석 지식경제부 차관도 최근 전기요금 인상 시기에 대해 “조만간 한전이 수정 인상안을 조정해 다시 재출할 것으로 안다”며 “수정안이 전기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전기요금 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일종의 ‘통과 의례’만 남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전기요금이 원가의 87.4%에 불과했고 지난 2001년 이후 원유 가격은 5배 가까이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불과 16%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의 경우 2003~2010년 사이 미국,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이 2~3배 올라간 동안 한국은 14% 인상됐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절전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도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에서 “올해 전기요금을 올린다면 절전 효과를 위해 여름 성수기 이전에 올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산업용의 경우 5~6%, 주택용은 2~3% 인상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산업계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시각이 강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리면 산업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체질이 허약한 중소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부담에 울상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전기료가 인상되면 그만큼 채산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이 12.6% 인상돼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8월 산업용 전기요금 6.1% 인상에 이어 12월에도 6.5% 인상되면서 채산상이 악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 제조업체 관계자는 “공장을 증설해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계약 전력을 상향 조정했는데 또 다시 올리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전력 요금 인상을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단행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직원은 “전기요금만 연간 수억원이 나가는데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또 전기요금이 오르면 원가부담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