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멀미약 분류기준 "애매하네"

2012-06-11 15:23
- 사후피임약 일반약·사전피임약 전문약 전환<br/>-의약품 재분류 의약단체·시민들 강력 반발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10년 만에 베일 벗은 의약품 재분류안에 대해 의약단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율이 재분류를 하기 전과 크게 차이가 없는데다 기존에 편리하게 약국에서 구입했던 의약품들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며 정부와 의약단체·시민들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의약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의약품 재분류안을 두고 사회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류라고 반발하고 있다.

식약청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15단계를 통해 의약품을 재분류했다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식약청의 재분류안은 전문의약품의 비율 56.4%(2만 2101품목), 일반의약품은 43.6%(1만 7112품목)의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현재 전문의약품 56.2%(2만 2080품목) 일반의약품은 43.8%(1만 7174품목)과 비교했을 때 의약품 재분류 전과 후의 전문약과 일반약 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

관련 단체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피임약의 경우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고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해 이해관계자들의 나눠먹기식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의약단체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으로 인해 무분별한 판매 및 오남용을 우려하며 식약청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주장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50여 년간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사전피임약이 전문약으로 전환될 경우 구입 비용이 크게 증가돼 환자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 의사회는 사후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정상적인 피임 없이 필요할 때 오남용하게 돼 예기치 않은 부작용 및 합병증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식약청 발표직후 일선 약국에는 피임약에 대한 문의와 사전 피임약을 미리 사두려는 여성 손님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또 전문약으로 전환된 어린이용 키미테의 경우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이 가능해 져 그동안 약국에 들러 편하게 구입해 온 사람들로부터 불만이 나오고 있다.

회사원 박 모씨(39·여)는 “초등학교나 어린이집에서 견학수업이 있을시 학생들에게 키미테를 붙이고 오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의사를 만나야 하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식약청은 앞으로 의약단체의 의견조회 및 피임제 분류 관련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뒤 이르면 7월 이내 재분류 확정 및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다.

재분류안이 확정되면 제약사 등에 해당 제품의 포장 및 제품 교환 등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거쳐 재분류된 의약품 판매가 이뤄지게 된다.

사회적 논란이 된 피임제 분류는 여론 수렴을 위해 오는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서 의약단체, 종교계, 여성계, 시민단체, 언론 등이 참여한 가운데 공청회가 예정돼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식약청은 공청회를 통해 다각적이고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분류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