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작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 뉴욕 도착

2012-05-21 08:09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자택연금 상태에서 탈출해 베이징 미국 대사관으로 도피했던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이 19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신변 처리를 놓고 중국과 미국 정부가 긴박한 물밑 접촉을 벌이기도 한 천광청은 합법적으로 앞으로 뉴욕대학교(NYU) 로스쿨 방문 연구원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그가 자택을 탈출한 지 만 28일만이다. 뉴욕 맨하튼에 도착한 천 변호사는 “지난 7년간 하루도 쉬지 못했다”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러 미국에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한 “격동의 세월을 보낸 끝에 마침내 산둥을 벗어났다”며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처리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머물 뉴욕대 교직원 주거단지(맨하튼 그리니치 빌리지 소재) 앞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는 미 국무부 직원, 학교측 관계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뉴욕대 미국-아시아법 연구소의 제로미 코언 소장은 천광청의 뉴욕대 행을 이끌어낸 당사자로, 지난 2003년 천이 미 국무부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다.

그동안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지는 당장 예측은 어렵다. 그의 가족들이 여전히 중국에 있는 상황에서 그의 행동에 많은 제약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의 조카 천커구이는 천광청을 담당했던 사복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지난 10일 경찰에 체포됐으며, 칼을 들고 저항했다는 이유로 살인미수 혐의를 이미 적용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의 형과 다른 가족들도 가택연금 조치를 당한 상황에서 당장 천광청이 미국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놓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가 이날 기자 회견에서 중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번 일로 중국은 반정부 인사들을 억압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는 실리를 챙겼고,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인권 수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는 명분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