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30 15:43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일본 기업으로는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한 SBI모기지가 상장 첫날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관 수요 예측에서 흥행실패를 경험한데 이어 상장 첫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매물 폭탄 속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BI모기지는 전 거래일보다 940원(14.92%) 하락한 536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초가는 공모가(7000원)를 10% 가량 하회한 채 장을 열었고, 첫날 마감가는 공모가 대비 23.43% 내린 채 거래를 마친 것이다.

이날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주도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21억원 이상을, 기관투자자들은 32억원 이상을 시장에서 내다 팔았다. 개인투자자들이 55억원 이상을 사들이면서 하락을 방어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SBI모기지의 상장 첫날 부진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상장 시기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고섬이 자회사 회계 부정으로 거래 정지를 당한 데다(상장폐지 보류) 감사의견을 거절한 연합과기 등 외국기업의 잇따른 상장폐지 위기 이후 외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이다. 해외 기업에 대한 상장심사도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관 수요 예측과정에서부터 상장 주관사가 대량 실권을 떠안는 등 흥행실패를 예견한 바 있다. SBI모기지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약속한 물량을 받아가지 않아 대량 실권이 발생,상장 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은 154억원의 실권주를 떠안았다. 전체 물량(712만3000주)의 31%인 220만4980주의 실권이 발생한 것.

SBI모기지는 일본 기업으로는 최초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SBI모기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금융그룹인 SBI홀딩스의 핵심 계열사다. 은행과 달리 예금은 받지 않고 모기지론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모기지뱅크다. 일본 주택금융지원기구가 지원하는 35년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FLAT35’ 시장에서 실행건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준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BI모기지와 관련 “일본 금융시장은 현재 초저금리 상황이지만 재해복구로 인한 국가 예산 확대,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로 국채발행이 늘고 있어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금리 상승 시 변동금리대출은 부실 대출로 연결될 수 있어 일본 정부는 고정금리대출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을 실시 중이다”면서 “시중 은행과 달리 고정금리상품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전문 모기지뱅크 업체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SBI 대표는 “시초가가 실망스럽지만 대출잔고가 1조원이 넘는 만큼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