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디지털시대에 맞는 건전한 주주총회 문화를 고양하자
2012-03-05 13:44
권오문 한국예탁결제원 전무
봄기운이 도는 3월 기업들은 어김없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벌써부터 각 기업들은 주주총회를 준비하느라 사뭇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회사들의 이러한 바쁜 움직임과는 달리 정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일반주주들의 주주총회에 대한 관심은 해가 갈수록 식어가고 있다. 이처럼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대하여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 회사경영에 대한 관심보다는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우리의 투자문화가 자주 거론되곤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무관심의 배경에는 우리의 잘못된 주주총회 관행과 제도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주주총회의 실상을 살펴보면, 개최장소가 수도권에 집중(약 72%)되고, 시기적으로도 3월 둘째 및 셋째 주 금요일에 몰려 있음(약 60%)을 알게 된다. 그 결과 지방에 있거나 다양한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의 경우에는 주주총회에의 참석이 물리적으로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업의 경우에도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의 찬반비율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행사해 주는 섀도보팅(Shadow Voting)를 이용할 수 있기에 의결정족수가 부족한 상황을 염려할 필요가 없어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에 별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2009년 상법개정으로 1% 미만 소액주주에 대해서는 주주총회 소집통지 시 서면통지 대신에 신문공고나 전자공시시스템 공고로 갈음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는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여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정부가 그동안 대주주의 회사지배력을 필요 이상으로 강화시키고 소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섀도보팅제도를 오는 2015년부터 폐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섀도보팅제도를 이용해 손쉽게 주주총회를 개최하던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는 총회의 의결정족수 확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소액주주들의 발언권이 커지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왜곡된 정보로 의결권 행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등 전자투표제도의 악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가 온라인상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일상처럼 이루어지는 디지털 세상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음을 기업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들도 주주총회에 대한 기존의 아날로그적 사고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주주가 왕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주주민주주의 실현에 적극 앞장서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러한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주주총회의 원활한 개최를 지원하기 위하여 2010년 8월 전자투표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하여 현재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이에 대한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함과 동시에 전자투표 이용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전자투표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주민주주의를 통한 일반주주들의 권리보호라는 측면에서 전자투표제도의 채택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전자투표제도를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안으로 인식함으로써 이 제도의 채택에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자투표제도가 주주총회의 풍경을 일신하고 주주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로서 조속히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