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체감으로 느껴지는 미국 부동산 경기
2012-02-26 18:01
지난2007년 이후 미국 경기를 하방으로 휘감았던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본격 보이고 있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부동산 시장 관련 전국 통계가 플러스다. 주택 착공 지수 등 최근 발표된 통계는 대부분 부동산 시장이 그간의 바닥 행보를 마치고 살아날 기세임을 보여준다.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물론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남으로 인해서 소비 지출이 늘어나고 시장 전반이 활성화되면, 소득을 늘릴 기회가 늘어난다는 데서 저소득층에게도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기자가 살고 있는 워싱턴 지역은 미 동부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중 하나로 연방 정부, 굵직한 방위산업 관련 기업 본부가 늘어선 곳이다. 교육, 거주환경, 치안 등 전반적인 여건이 좋아 주택 가격이 비싸다. 지난 수년간 전국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며 이곳도 물론 약 20% 남짓 주택 가격이 빠졌지만 다시 상승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에게 물어보니 부동산 에이전트(중개인)와 타이틀 회사(title, 주택 명의, 등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바빠졌다고 한다. 특히 좋은 위치에 좋은 가격의 집이 나오면 10명이 넘는 사자 오퍼(buying offer)가 들어온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오퍼가 20개가 넘는다.
집을 꼭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가격을 더 쓰게 마련이다. 한 예로 30만 달러에 나온 콘도(condo, 한국의 아파트)는 예전 같으면 몇 만불씩 깎아서 가격을 썼지만, 지금은 더 얹어야 한다고 한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당일 매매 계약이 된 물건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거래가 활성화되면 집 소유권 등기를 비롯해 모기지(주택담보융자) 채무자를 바꾸기 위한 타이틀 회사들의 일이 많아진다. 따라서 부동산 에이전트와 타이틀 컴퍼니 회사들이 바빠졌다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주택 거래 시즌은 보통 매년 2,3월부터 시작해 7,8월까지 이어진다. 8월말, 9월초 새 학기가 시작하는 것에 맞추어 이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 중에서 부동산 시장의 반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모기지 채권 거래 동향이다. 그간 시장의 골치덩어리였던 모기지 담보 채권을 사자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채권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이는 분명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해에만 40%나 하락한 채권 가격이 반등했다는 사실은 채무불이행율이 바닥에 떨어졌고 이제 앞으로는 견실한 주택 매매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숨어 있다. 심지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가격도 올랐다.
융자 기관도 손해 볼 일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요즘 거래되는 주택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택 가격의 20% 이상을 현금으로 예치한 것들이다. 따라서 주택 소유주가 설사 융자금을 내지 못하더라도 예치한 20%분의 현금으로 은행은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주택 가격은 하락 일로였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위험했지만 현재 가격이 더 이상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융자 기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융자에 나설 수 있다. .
2005~2006년 부동산 시장 최고의 거품 시기를 경험한 기자로서는 거의 6~7년만에 찾아온 올해 부동산 시장의 반전의 영향이 어떨지 상상해 본다. 주식 시장이 오르고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의 호전과 무관치 않다. 미국 경제가 그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올해부터 얼마나 살아날지 기대된다.
(워싱턴(미국)=송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