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전 관중 난동 발생해…한국영은 폭죽 파편 맞아

2012-02-23 16:07
오만전 관중 난동 발생해…한국영은 폭죽 파편 맞아

▲폭죽 파편을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한국영 [사진 = SBS ESPN 중계 방송 캡처]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2012 런던 올림픽의 본선 진출을 이뤘지만 현장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했다. 홈팀인 오만이 졌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도가 지나쳤다.

한국은 22일 밤(이하 한국시각 기준) 오만 무스카트의 알 시브 스타디움서 펼쳐진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5차전' 오만과의 경기에서 경기 시작 15초만에 터진 남태희(레퀴야)의 기습 선제골과 후반 김현성(서울, 후반 23분)-백성동(주빌로 이와타, 후반 27분)의 연속골로 '3-0'의 완승을 기록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 대표팀은 무려 7회 연속 본선진출(통산 9회 진출)이란 쉽지 않은 대기록을 쓰게 됐다. 승점 3점을 더한 한국은 승점 11점(3승 2무)으로 최종 예선의 남은 경기(3월 14일, 카타르 상대)에 전혀 관계없이 올림픽 본선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2위 오만은 '2승1무2패'로 승점 7이다.

이날 경기에서 오만 관중들은 후반 23분 김현성이 점수 차이를 벌이는 골을 기록하자 점차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진행 중인 그라운드에 폭죽 등을 던지고 각종 이물질이 관중석 곳곳에서 양팀 선수를 향해 날아오는가 하면 관중의 다수가 구장을 나갔다. 구장은 마치 격렬한 전쟁이 났던 상황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골키퍼 이범영(부산)은 뒤쪽서 물이 담긴 물병이 날아와서 그대로 맞을 뻔했고, 미드필더 한국영(쇼난 벨마레)은 관중석서 날아온 폭죽 파편에 맞아 들것에 실려나갔다. 들것에 실려나가는 모습을 본 후 오만 축구팬들은 더욱 강렬하게 물병과 과자 봉지 등의 다양한 쓰레기를 그라운드 내에 투척했다.

끝내 주심이 나서 오물 처리와 경기 진행 여부에 대해 논하기 위해 12분 정도 경기를 중단했고 이후 인저리타임은 무려 10분이나 주어졌다. 결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볼썽사나운 장면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만축구협회에 대한 제제 방안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진정할 것을 검토 중이다.

본래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오만은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최근 들어 상승세에 올라탔던 경우며 더욱이 홈이라 여러모로 유리했다. 하지만 팬들의 과격한 난동은 선수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중동 원정은 낮에는 덥고 밤에는 급격히 온도가 내려가며 건조한 날씨라 한국에 전부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중동 원정이 어렵게 느껴지는 특별한 이유는 이같은 비매너의 선수들과 팬 때문이다. '침대축구'라는 용어는 전부터 유명할 정도다. 이제 '오만한 축구팬'이란 신규 용어도 추가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