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계 "과자값 못 내려"..권장소비자가 테러
2012-02-03 10:12
정부 가격인하 표시 통보 무시..인상가격 반영
(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제과업체들의 꼼수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물가 당국의 당초 기대와 달리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권장소비자가격(이하 권장가격) 표기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3일 국내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지식경제부가 지정한 품목에 대한 권장가격 표기가 거의 완료된 상태지만 모든 제품을 지난 2010년 6월 가격으로 인하, 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권장가격 표시는 지경부의 권고 사항이지 의무는 아니기 때문에 업계가 자율적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경부는 지난 2010년 7월에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했다. 제조사가 아닌 유통업체에 가격 결정권을 부여, 공정한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제과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격을 스스로 정하는 부담에서 벗어난 제과업체들이 유통업체에게 공급하는 납품가를 슬그머니 올린 반면 책임은 유통업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결국 지경부는 1년만인 지난해 6월, 오픈프라이스제도를 폐지하고 권장가격을 부활시켰다. 다만 이미 출고된 제품의 유통기한 등을 고려, 6개월간의 계도 기간을 거친 후 지난 연말까지 2010년 6월 수준으로 권장가격을 표시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제과업체들은 올해 권장가격을 표시함에 있어 인상 가격을 그대로 반영했다. 물가 안정 대책에 최대한 협력해야 하지만 가격을 2010년 수준으로 복귀한다면 실적이 크게 악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체들은 일부 품목만 1년 전 가격으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비인기 상품 위주로 가격을 회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주력 상품에 대한 가격 인상은 그대로 가져가는 대신 매출 비중이 적은 비주력 상품으로 생색을 내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품목을 2010년 수준으로 가격을 표시하지 못했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최대한 충실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지경부에서도 가능하면 1년 전 가격으로 표기하라고 '권고'한 것"이라며 "스넥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1년이기 때문에 6개월의 계도 기간 동안 출하 물량을 모두 소진하기 힘든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부터 생산된 모든 제품에는 권장가격이 표기됐다"면서도 제품 종류와 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지경부 역시 업체들이 실정법을 어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제과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부 측에서 언제 또 다른 강수를 둘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롯데제과를 비롯한 농심·해태제과 등 국내 제과업체들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평균 출고가를 8% 이상 인상했고, 오리온은 스낵과 비스킷 등 13개 품목을 11∼25% 올린 바 있다. 특히 이들은 새우깡(농심), 꼬깔콘(롯데제과), 산도(크라운), 맛동산(해태제과), 포카칩(오리온) 등 주력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실제, 농심의 새우깡은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인 2010년에 800원이었지만 현재 900원으로 표기되어 판매되고 됐다. 롯데 꼬깔콘은 1200원에서 1500원, 크라운제과 산도는 4000원에서 4400원, 해태제과 맛동산은 1200원에서 1400원, 오리온 포카칩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각각 인상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