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집권하든 바뀐다”…관가 조직개편 불안감 ‘솔솔’
2012-01-18 07:21
(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임기말 관가에 정부 조직개편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불과 4년전 '3부 2처 1실 5위원회'를 폐지하는 등 대규모 부처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총선과 대선이 겹친 올해 정치권 힘의 균형이 재정립될 경우 내년에 어떤 식으로든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당시 도입된 일부 실험적인 부처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여론은 다음 정부에서의 또 다른 조직개편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18일 정치권 및 관가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정부 들어 폐지된 과학기술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달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뽑힌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없앴다. 이공계를 홀대하는 정부에 과학기술계가 뿔이 났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는 1998년 김대중 정부시절 기초과학과 과학기술발전을 부흥하기 위해 마련됐고, 참여정부시절에는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됐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교육부에 귀속돼 사실상 그 역할이 크게 축소됐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 내 과학기술 조직은 연구개발정책실 한곳만 남아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의 전체 예산 중 과학기술 예산은 교육예산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처 조직을 담당하는 정부 고위관계자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친 것은 정말 잘못된 조직개편이었다. 사실상 과학기술부를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가 부활할 경우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쪼개어 흡수된 정보통신부도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정통부 기능 일부를 흡수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상 통신을 제외한 방송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는데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이라고 자평하는 국가에서 정통부를 폐지했다는 과학계의 비판이 지난 4년 내내 이어졌다.
유력 대선후보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항마로 꼽히는 안철수 원장 역시 과학기술 발전에 관심이 높은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분산 흡수된 해양수산부를 살리자는 쪽도 정권 말기 들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해양수산 단체와 기관 관계자들은 지난해 6월말 ‘전국 해양수산발전협의회’를 발족해 국토부에 편입된 해양수산부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국토해양부 통합 이후 해양정책이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경우 건설부분과 물류해양부분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부문만 해도 범위가 워낙 광범위한데다 반도국가에서 물류와 항공, 해양수송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금융부문을 흡수해 금융위원회로 거듭난 금융부문 조직개편도 잘못됐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분리되면서 조직관리가 통일되지 못한 상황이 연출됐고, 지난해에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문제를 놓고 두 기관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를 사실상 회의체로 대폭 축소시키고, 저축은행 사태로 개혁요구가 남아 있는 금감원은 부원장보자리에 공무원들을 의무적으로 보임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던 예산과 경제분야의 분리도 다시 불거질 태세다. 복지부문 예산소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예산관리의 수월함을 위해 보수적으로 예산관리를 하고 있는 재정부에서 예산을 다시 떼어낼 가능성도 있다는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1월 이명박 당선자의 인수위가 내 놓은 조직개편안을 두고 “경제부처 목소리가 사회부처 목소리보다 항상 컸다. 그동안 사회예산이 계속증액된 것은 예산 기능이 경제부처로부터 독립됐기 때문”이라며 예산처와 재경부의 결합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더라도 일부 부처의 조직을 좀 손 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