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해결 '회의론' 확산되면 한국 경제도 직격탄
2012-01-15 14:50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유로존 위기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되는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한국 경제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과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터질 게 터졌다”…단기 영향 제한적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13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연초부터 대형 악재가 터졌지만 미국과 유럽 증시는 잠잠한 모습이었다. 뉴욕 다우지수는 0.39%, 런던 FTSE 100 지수는 0.46%,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11%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번 조치가 예견됐던 일인 만큼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국내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도 단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하겠지만 급락 장세를 연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으로 1800선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독일의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은 점이 다행이며 증시도 소폭 조정을 거친 후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주와 조선·건설·해운 업종은 다른 업종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의 신용등급 강등은 유럽계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 등 금융주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조선·건설·해운 업종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고 대외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커 이번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 유로존 위기 장기화 우려 확산시 타격 불가피
문제는 이번 S&P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로 유로존 위기가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또 한번 확인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몸을 사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금융권의 외화 ‘자금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 국내에 유입된 유럽계 자금은 600억 달러 수준으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빠져나갈 경우 당장 외화 유동성 경색에 시달리게 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달러가 급격히 유출되면서 위기가 심화한 측면이 강했다.
증시에서도 유럽계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3월 이후부터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도래하는데 제대로 상환되지 않을 경우 국내 유럽계 자금의 이탈 현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며 “이는 증시는 물론 금융시장 전체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화 가치 절하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부상한 물가가 또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올해 경기침체가 예상된 상황에서 물가 악재까지 가세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