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첫 마을, 대관령으로 떠나는 '겨울 여행'

2012-01-12 15:17
하늘아래 첫 마을, 대관령으로 떠나는 '겨울 여행'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서울에서 넉넉잡고 3시간 반. 굽이굽이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동화같은 풍경에 눈길을 주곤 한다. 강원도 특유의 겨울 정취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향수를 자아낸다. 강원도 평창에 다다르자 하얀 눈으로 뒤덮인 조그만 마을이 나타났다. 하늘아래 첫 마을인 강원도 대관령면이다. 대관령은 여러모로 가족들과 함께 떠나기 좋은 여행지다. 이동하는 데 큰 부담이 없는데다 풍부한 먹을거리와 눈위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1,2월에는 겨울 축제가 연이어져 볼거리도 많다.

대관령의 겨울산은 넉넉함과 여유로움으로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새하얗게 내려앉은 눈꽃 사이의 속살을 남녀노소 차별하지 않고 살포시 내어준다. 백두대간 최고의 눈꽃 트레킹 코스인 선자령 트레킹은 정상까지 왕복 네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풍경도 빼어나다. 눈으로 뒤덮인 겨울을 밟으며 하얗게 빛나는 나무 사이를 거니는동안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듯 가슴이 뛴다.

한동안 평창이 시끄러웠다. 그토록 염원하던 동계올림픽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유치 도시라는 유명세를 치르긴 했지만 평창엔 또 다른 명물이 많다.

◆ 황태의 본고장 횡계리로 오세요

 횡계 IC에서 대관령면사무소를 지나 횡계5리 황태 마을로 들어섰다. 멀리서 바라보면 꼭 인삼밭처럼 보이는 곳이 황태덕장이다. 좌우로 길게 늘어선 통나무 사이사이에 다닥다닥 붙어 매달려있는 황태가 세찬 겨울바람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있었다.

황태덕장은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가 유명하다. 그렇지만 대관령 황태덕장이 황태의 본고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6.25 전쟁 이후 함경도 원산 등지에서 덕장을 하던 ‘함경도 아바이’들이 월남해 궁여지책으로 함경도와 비슷한 대관령에 덕장을 꾸리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의 상처가 가시기도 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위속에 덕장을 꾸리던 그들의 손맛이 들어간 결과일까?  대관령 황태덕장의 황태 맛은 그 깊은 맛이 유다르다.

명태는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바다에서 바로 잡은 것을 생태라 부르고 겨울 바람에 노릇하게 말리면 황태, 너무 추워서 하얗게 변하면 백태, 얼리면 동태, 새끼 때는 노가리, 말리면 북어 또는 건태, 반쯤 말리면 코다리로 불린다. 태생은 같은 것이지만 부르는 명칭은 각각 다르다. 인간이 누군가의 아들로, 사회인으로, 친구로, 한 사람의 짝으로 불리 듯 명태도 시간, 상태, 크기 등에 따라 제각각의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가 자주 먹는 생선 가운데 명태처럼 다양한 이름을 가진 것도 드물다. 

대관령 황태덕장에서는 바다에서 잡아온 명태를 대관령 800고지에 불어닥치는 세찬 겨울바람에 말린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명태는 얼었다가 녹고, 녹았다가 어는 과정을 반복한다. 매년 12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대관령의 날씨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통나무를 엮어 세운 덕장에 배를 가른 명태를 내거는 상덕작업이 이뤄진다. 뒤이어 3월말까지 넉 달여동안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는 과정을  거듭하며 대관령 황태가 만들어진다.

대관령 800고지 칼바람을 맞고 서있다 보면 왜 대관령 황태가 유명한지 저절로 깨치게 된다. 꽁꽁 언 황태 못지않게 추위에 언 손으로 덕장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겨우내 맛있는 황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대관령 토박이에게 듣는 황태이야기는 겨울 밤이 새는 줄 모르도록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황태구이, 황태찜 등 황태를 이용한 음식 또한 대관령의 겨울밤을 따스하게 덥혀준다.

◆정겨운 가족애가 새록새록 '대관령 눈꽃마을'
 하늘 아래 첫번째 동네라 불리는 대관령. 봄철에는 양떼들이 뛰어 놀던 이곳에 어느새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눈의 마을'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딱딱한 아스팔트 위를 걷다 수북히 쌓인 눈위를 걷노라면 구름위를 떠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동해안 지역에 한파 주의보가 내렸다. 올들어 가장 춥다는 영하 20도, 햇살은 따스한데 불어오는 바람은 한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살을 엔다'는 표현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나온 말일성싶다. 눈에 반사된 햇볕은 주위를 더욱 밝게 해준다. 반짝이는 하얀 눈은 여느 보석보다도 더 아름답다.

 눈사이를 헤치고 한참을 돌아 황병산에 위치한 눈꽃마을에 도착했다.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2리에 있는 눈꽃 마을은 사계절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겨울이면 마을 전체가 눈에 뒤덮여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설피를 신고 사냥하는 황병산사냥놀이를 비롯해 전통스키인 나무스키, 눈썰매, 스노래프팅 등 겨울을 즐기기엔 더 없이 좋은 여행지다.

 자연설에서 1960-70년대식 눈썰매를 지치는 가족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미소가 절로 번진다. 아이를 안은 아버지는 행여 아이가 다칠세라 꼭 껴안고 썰매를 탄다. 썰매장 길이도 서울인근 유원지의 썰매장과 달리 제법 된다. 튜브를 이은 썰매는 기차처럼 이어져 꼬불꼬불 내려간다.

◆사박사박 겨울 내리는 '선자령 눈꽃 트레킹'
 다음날 이른 아침, 황태덕장에서 말린 맛난 황태국으로 아침을 들고 선자령으로 향했다. 백두대간 최고의 눈꽃 트레킹 명소인 선자령은 5Km 떨어진 대관령과 백두대간 능선길을 따라 왕복하는 코스다. 총 10.8Km에 이른다. 두 지점의 고도차가 325m밖에 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다.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특히 눈으로 뒤덮인 풍경은 말 그대로 절경이다.

 선자령 눈꽃 트레킹 코스는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선자령(1157m)을 잇는 코스다. 동해의 파란 물결과 눈덮인 대관령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많은 트레킹족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옛 영동고속도로 상행선휴게소인 대관령 휴게소(832m)에서 산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정상까지 눈꽃 산행이 비교적 수월하다.

휴게소에서 대관령 기상대를 거쳐 30분 정도 오르면 맞닥뜨리게 되는 한국통신 중계소가 선자령 산행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왼편으로 펼쳐진 양떼 목장의 새하얀 능선과 오른쪽으로 검푸른 동해 바다를 조망하며 오르는 눈길이 상쾌하기까지 하다.

등산화가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1시간 정도 오르면 새봉에 다다른다. 크고 작은 겨울나무에 올라 앉은, 얼어붙은 눈꽃이 매서운 칼바람 소리를 타고 유난히 차갑게 다가오는 곳이다. 새봉에서 정상까지 눈덮인 은빛 능선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완만한 눈길 산행이 40여분간 이어진다. 매서운 바람에 흠칫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에 놀라게 되는 선자령 눈꽃 트레킹은 정상에 올라 하산하기까지 4시간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