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경기상반 ‘뚜렷’
2011-12-29 16:26
(아주경제 김선환·김희준·박선미 기자) 경제의 양대 수레바퀴인 수출과 내수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무역 1조 달러를 견인한 수출호조로 올해 경상수지 목표는 12월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내수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내수를 뒷받침하는 서비스 부문 뿐만 아니라 유럽발 재정위기로 제조업마저 유탄을 맞고 있다. 정부조차 내년 수출증가율이 이미 한자릿수로 축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곧 제조업 부진→내수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 11월 경상수지 50억5000만弗 혹자…13개월내 최대
11월 중 경상수지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1월 중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50억5000만 달러에 달해 지난해 10월(54억9000만달러) 이후 13개월 사이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호조로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11월 상품수지 흑자는 석유제품, 승용차 등 수출호조로 전월 35억5000만 달러에서 44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통관기준으로 지난달 수출은 464억9000만 달러, 수입은 429억6000만 달러로 각각 전년동월대비 12.7%, 11.1%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건설서비스 부문의 흑자가 크게 늘어나 3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는 이자수입 감소 등으로 10월 6억4000만달러에서 4억5000만달러로 줄어든 반면 이전소득수지 적자규모는 전월의 6000만달러에서 2억4000만달러로 확대됐다.
금융계정은 전월 45억달러에서 66억3000만달러로, 직접투자는 해외투자 증가 등으로 전월 11억3000만달러에서 20억8000만달러로 각각 유출초과규모가 확대됐다.
증권투자는 채권부문의 유입이 지속됐으나 외국인주식투자가 순유출로 전환되면서 유입초과 규모가 전월의 39억20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로 축소됐다. 파생금융상품은 3억8000만달러 유출초과를 시현했다.
기타투자는 은행의 단기차입금 상환 등으로 전월의 27억800만달러 유입초과에서 3억5000만달러 유출초과로 전환됐다. 준비자산은 월중 38억7000만달러 증가했으며 자본수지는 1억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한편 예상외의 수출호조와 관련 양재룡 한은 금융통계부 부장은 “IT쪽이 안좋았지만 기능성 대비 성능이 좋은 승용차 부문이 수출호조를 보이며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12월 수출동향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연간전망인 272억달러는 상회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4개월째 줄어든 수출용 수입품목과 계절변동조정을 감안한 전년대비 경상수지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줄어드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가 본격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 모든 생산분야 감소세…‘내수부진’ 악순환
수출이 줄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그만큼 내수경기 악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난달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 등 모든 생산이 10월보다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공업생산은 반도체·부품 등이 부진한 탓에 10월보다 0.4% 줄었다.
지난해 11월보다는 반도체·부품(21.7%), 자동차(14.4%), 금속가공(8.0%) 등이 늘었지만 영상음향통신(-17.8%), 기계장비(-5.0%), 컴퓨터(-27.9%) 등은 부진했다. 재고는 전월대비 3.7%, 전년동월대비 18.4% 각각 증가했다.
서비스업생산도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교육(1.4%), 보건·사회복지(0.5%) 등에서 늘었지만, 유럽재정위기의 여파로 금융·보험이 0.9%감소했고 도·소매도 백화점 판매부진으로 0.8%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건축 및 토목 공사 실적 저조로 전월대비 9.2%, 전년동월대비 8.6%각각 감소했다.
이에 따라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 전(全)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1% 감소했다. 모든 산업분야의 생산이 전월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달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0.2% 포인트 증가한 반면 경기가 좋지 않아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9.0%로 전달보다 0.7% 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위축으로 소매판매액지수도 의복, 오락·취미·경기용품, 음식료품 등이 줄어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경기지수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서비스업 생산지수, 내수 출하지수 등이 감소해 전월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지만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전반적으로 재고가 늘고, 소비가 감소하고 있어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12월에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플러스 전환이 힘들 것으로 보이며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본격화되고 있는 경기침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등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과 맞물릴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 국장은 “12월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등 북한 변수가 있어서 국내 동향을 계속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