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향 기자) 경기도 성남의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13시간 만에 불이 난 층의 바로 위층에서 일가족 4명의 시신이 발견된 것에 대해 28일 소방당국이 해명을 내놨지만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건축물의 불법 구조변경으로 탈출로가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인명피해 발생경위를 해명했다.

준공 당시 1개 세대로 승인된 빌라 3층이 301호와 302호로 나뉘면서 301호 창문과 현관문 앞에 연기와 화염이 거세 대피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4층에서 구조를 요청했던 한 주민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계단을 통해 대피한 것으로 알려져 현관문을 부수는 등 소방당국의 적극적인 구조활동이 있었다면 인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은 또 현관문이 잠겨 있는 301호의 문을 여러번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어 이미 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재 당시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던 302호 주민은 "구조대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301호에 사람이 있으니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나 말고도 주위에서 그런 말을 했다"며 소방당국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했다.

분당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301호의 현관문이 자동으로 닫힌다는 점을 생각해 이미 구조가 끝난 뒤라고 판단했다. 강제로라도 문을 열지 않은 것은 우리 실수다"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이 301호에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을 듣지 못했다. 들었다면 어떤 소방대원이라도 구조를 시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01호로 연소가 진행된 흔적이 없어 추가 인명검색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에도 '안이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한 관계자는 "통상 화재현장에서 불에 타 죽는 사람은 드물다. 연기에 질식해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가족의 사망경위에 대해 도 소방재난본부와 경찰서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어 부검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 소방재난본부는 이날 발표한 사고관련 자료에서 "희생자들이 탈출을 위해 현관문을 열었던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 현관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던 희생자들이 순식간에 확산된 매연을 흡입해 질식,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가족이 구조작업 이전에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분당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경기지방경찰청, 국과수의 합동감식결과 밖으로 탈출하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인과 사고경위는 29일 부검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