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퇴직연금·국민연금의 ETF 투자 허용 검토중

2011-12-25 13:06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금융당국이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TF시장을 키워 국내시장에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말 ETF 활성화와 건전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금융연구원에 의뢰했다. 금융위는 이와 별개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업계와 거래소 담당자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ETF 시장 활성화 논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연구과제에는 퇴직연금과 연기금의 시장참여 유도 방안, 상품 유형 다양화 방안, 파생형 ETF에 대한 쏠림현상 완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퇴직연금은 주식형펀드에는 투자가 가능하지만, 펀드의 일종인 ETF는 편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관련 법규정을 개정하거나 퇴직연금 안에 ETF 투자 전용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도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기금과 공제회는 내부 운용규정으로 ETF 편입을 막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ETF는 퇴직연금이 투자하기에 좋은 상품"이라며 "앞으로 퇴직연금이 ETF를 많이 편입할 수 있게 될 것"고 말했다.

개정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른 ETF 투자자들의 증권 거래세 부과 문제도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식형 ETF 투자자들은 내년부터 0.1%의 증권 거래세를 내야 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투자비용이 저렴하다는 ETF의 고유 매력이 약해져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우려해왔다.

금융당국의 달라진 태도는 장기투자 대안으로서 장점이 많은 시장임에도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02년 3444억원에서 올해 말 10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대비로는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ETF의 순자산총액의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5%대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ETF는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갖춘 데다 투자 비용도 저렴해 일부 쏠림현상을 보완하면서 시장을 건전하게 키워간다면 장기투자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시장이 커지기는 했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