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주택정책 긴급 점검-下> 박 시장의 임대 8만호 등 주택정책 자리 잡았나?
2011-12-21 18:20
"전·월세난 심화" vs "시장에 영향 없을 것" 등 분석 제각각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이던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구체적인 밑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행 가능성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공공임대주택 목표 물량 8만 가구 중 올해 공급한 8000가구에 이어 내년 1만6000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2만7000가구씩을 공급할 방침이다.
◆ 8만호 임대주택 공급 달성 미지수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 30여년간 공급한 임대주택은 12만 가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2년반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8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의 허윤경 연구위원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도 재정 문제로 쉽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SH공사의 재정이 이를 받쳐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박 시장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임기내에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임대 8만 가구 공급이 완전히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서민들의 전세난, 월세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전체 가구의 5% 수준으로, 유럽 선진국의 20%와 비교해 현저히 낮지만 짧은 임기 동안 임대주택이 대거 공급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지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유앤알(U&R)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좋지만 문제는 임기가 2년 반 남짓인 상황에서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락시영 종상향을 통과시킨 것처럼 재건축 용적률을 올려주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면 전·월세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전·월세난이 심화되면 서민을 위한 정책이 도리어 서민을 더 옥죌 수 있다"면서 "어쨌든 박 시장 임기내 입주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 아파트 전경. |
◆ 재건축 단지 임대주택 공급이 관건
반면 공공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을 거뜬히 달성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위례신도시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공공임대 공급계획으로 이미 5만가구가 잡혀있었다"며 "재건축 용적률을 풀어 2만~3만 가구 정도 늘리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단, 재건축단지들이 임대주택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공급량에 착오가 생기겠지만, 대학생 임대 기숙사 1만가구 공급계획까지 포함하면 오차는 1만~2만 가구 정도에 불과해 재건축단지 주민들과 잘 협의하면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는 것이다.
한 소장은 공공임대주택 8만 가구가 공급돼도 부동산시장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극빈자층에 도움이 될 뿐 민간 시장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 본부장도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 대상이기 때문에 8만 가구가 공급돼도 시장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이 우려되며 어떤 방식으로 어느 지역에 공급될지에 관한 계획이 사전에 발표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