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011-12-19 16:28
정부.한은.금융위 긴급 시장점검회의 개최<br/>산업계 "대북 리스크 상당 부분 반영 자신감" 일부선 사업계획 변경도 불가피

(아주경제 김선환·김병용·김희준 기자) 유럽발 재정위기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한국경제에 초대형 변수가 날아들었다.

19일 정오 날아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혼란을 거듭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은 ‘대북리스크’가 노출되면서 코스피가 3.5% 가까이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16원 이상 급등하는 등 패닉상태에 빠졌다.

경제부처와 통화당국은 이번 사태가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는 등 비상대응태세에 착수했다.

문제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악재’가 금융부문을 넘어 실물경제로 파급될 경우 내년 한국경제가 한치 앞도 가눌 수 없는 안개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의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이기 때문이다.

◆ 전 경제부처 24시간 비상대응태세 돌입

정부와 통화당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이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총력 대응태세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도 김 위원장 사망소식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뒤 안광찬 국가위기관리실장에게 전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동요없이 경제 활동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이번 사태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암시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제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즉각적으로 강호인 차관보를 실장으로 비상상황실을 꾸려 각 실·국별로 최소 1명씩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경제수장인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 중앙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사태의 발생 및 진전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며 “비상경제대책회의 및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풀가동해 상황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경부도 이번 사태가 산업, 무역, 에너지 등 실물부문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윤상직 1차관을 본부장으로 ’비상대책본부‘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지경부는 △업종별 대응반 △중소기업반 △무역·투자반 △에너지·자원반 △대외협력반 등 5개 분과별로 일일 동향을 접수 청와대에 보고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금융비상대책반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날 오후 김중수 총재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주식·채권·외환 등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긴급 점검하기 위해 국외사무소와 연계해 상시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김 총재는 회의에서 “대외적으로도 중앙은행 네트워킹을 통해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협조하고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또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재는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생각과 과제가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대통령이 전 공무원에 비상근무령을 지시한 만큼 한은도 이에 준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산업계 “차분”…“내년 사업계획 변경 불가피”

산업계는 의외로 차분하다. 자신감도 묻어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북한발 악재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대북 문제와 개성공단 등 경제 전반적으로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해 내년 사업계획 변경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각종 채널을 가동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대다수 기업들은 이번 사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기업의 생태계가 북한발 악재를 단기간에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마련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미 시장 평가에 반영됐다. 김정일 사망에 산업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에 전체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기별 기업에 미치는 큰 영향 없을 것으로 본다”며 “별도 대응책 논의할 단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LG그룹 역시 “상황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대응책 내놓을 단계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번 사태가 가져올 악재에는 대비하는 모습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분주한 상황에서 일부 계획 수립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특별하게 북한이 영향 미치는 것은 없다”면서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만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