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자이야기] '홍보의 달인' 쥐런그룹 스위주 회장
2011-12-19 17:10
(아주경제 홍우리 기자) 중국에서 TV만 켜면 나오는 광고가 있다. 바로 영양제 나오바이진(腦白金)과 황진다당(黃金搭<木+當>)이다. 중국 영양제 시장에서 수년 간 최고 판매율을 구가하고 있는 이 두 제품의 '배후'에는 '홍보의 달인'이라 불리는 쥐런(巨人)그룹 스위주(史玉柱) 회장이 있다.
창업 5년만에 중국 부호 8위에 올랐다가 하루 밤만에 2억5000만위안을 날리고 추락, '와신상담' 화려하게 부활한 스위주 회장은 '창업의 귀재'이자 '실패의 반면교사'다. 얼마 전에는 중국판 '버핏과의 점심'으로 불리우는 '스위주와의 3시간'이 무려 196만2912위안(한화 약 3억5000만원)에 낙찰됐을 정도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스위주는 1962년 안후이(安徽)성 벙부(蚌埠)시에서 태어났다. 84년 저장(浙江)대학 수학과를 졸업해 안후이성 통계국에서 일하다가 89년 자신이 개발한 중문 소프트웨어를 들고 혈혈단신 선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개발한 M-6401 홍보를 위해 컴퓨터 전문 잡지인 '컴퓨터세계'에 8400위안짜리 광고를 부탁했다. 광고나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당시 지면 광고비 8400위안은 거금이었다. "단 광고가 나간 뒤 지불하고 효과가 없으면 계약 금액의 반만 낼 것이오." 스위주는 으름장을 놓았다. 13일 뒤 그의 통장 잔고는 1만5820위안, 두 달 뒤에는 10만위안으로 늘어났고 그는 이 돈을 다시 광고에 쏟아부었다. 4개월 뒤 27세의 스위주는 백만장자가 되었다.
1990년에는 다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일주일에 한번 라면 등 먹을거리를 살 때를 제외하고 150여일을 밤낮없이 연구에만 몰두했다. 가정도 포기하고 매달린 끝에 탄생한 것이 M-6402, 그는 주하이(珠海)로 향해 자신의 회사 '쥐런'을 설립하고 '중국의 IBM'이 되리라 결심했다. 이듬해 쥐런의 순이익은 이미 1000만위안을 돌파하면서 중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선두'가 되었다. 스위주는 '중국 10대 개혁풍운인물'로 꼽혔다.
사업이 고속 성장 드라이브를 내달리면서 스위주는 '쥐런타워'를 짓기로 결심했다. 애초에는 38층을 목표로 했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그는 54층건물로 계획을 변경했고, 나중에는 중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을 짓겠다는 '야심'으로 70층 마천루 건설을 선언했다. 소프트웨어를 팔아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백만장자에 등극한 스위주. 하지만 수중에 쥔 돈으로는 완공은 커녕 골격조차 제대로 만들 수 없었다. 불과 몇개월만에 2억위안의 빚을 떠안게 되었고 직원들의 임금조차 챙겨줄 수 없었다.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쥐런은 파산했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 결과였다.
나락으로 떨어진 스위주는 절치부심 때를 기다렸다. 90년대 중반,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밀려들어올 때 스위주는 건강보조식품 개발에 눈을 돌렸다. 1억2000위안의 자금을 투자해 영양제 나오황진(腦黃金)을 출시했고 다시한번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높여갔다. 그리고 나오바이진과 황진다당을 출시, 잇따라 성공을 거두며 10년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스위주는 건강보조식품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온라인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독자 개발한 정투(征途)를 대히트를 치면서 그는 중국 100대 부호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