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국민위해 국민 괴롭히는 국회
2011-12-18 17:00
(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새해 예산안 처리가 그야 말로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짜 놓은 내년도 국가예산안이 적정한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확정해야 할 국회가 정치적 갈등 때문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국회에 앉아 있지만, 법에서 정한 예산안처리 법정시한은 지켜지지 않은지 이미 오래됐고, 그나마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자는 방안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싸우는 일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지만, 이러는 사이 국민들의 고통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간다.
기초생활보장금이나 장애인 양육수당 등은 예산안이 처리되어 연초에 지급되지 않으면 당장 입에 풀칠하는 일이 걱정인 문제다.
국회의원들은 예산안 심의를 하지 않고, 국회 밖에서 맴돌아도 적지 않은 세비를 받아 챙기지만, 예산집행이 되지 않아 그나마 몇 푼 되지 않는 정부 지원금을 못 받게 될 서민들은 전전긍긍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인들은 예산안 처리를 미루는 이유로 이런 서민과 국민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걸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을 볼모로 정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다가 어느 순간 정치적 합의점을 찾을 경우 예산안이 깊은 고민 없이 순식간에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물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를 위해 요구하고 있는 각종 선심성 예산안도 여야간, 혹은 정치권과 정부간의 건전한 자아비판을 거쳐야만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검토의 시간은 부족해진다.
예산안이 표류하고 있는 와중에도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으로 확보해 놓은 ‘쪽지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모두 1700건, 금액으로는 2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치싸움으로 건전한 예산안 심사와 처리를 막고, 선심성 예산을 끼워넣는다면, 그에 따른 국가재정의 파탄과 국민생활의 피해 책임을 정치인들 스스로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