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성수기 인데도 전셋값 '약세'
2011-12-18 09:30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전세시장의 성수기인 겨울방학을 맞아서도 전셋값이 이례적으로 내리거나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지나친 ‘전세대란 공포’에 미리 집을 구한 세입자가 많아 겨울철 전세수요가 일찍부터 분산된 덕분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겨울방학이 시작되는데도 명문 학교와 유명 학원이 밀집한 인기 학군 지역조차도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겨울방학이 다가왔는데도 이렇게 전세 수요가 적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과거 통계를 봐도 이런 사례가 없었는데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무슨 일인가 싶어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15㎡ 전세가격은 10월까지만 해도 4억~4억3000만원에 이르렀다가 최근에는 손님이 줄면서 3억원대 중반까지 폭락한 상태다.
강남구 개포동 J공인 관계자도 “지금이 겨울방학 이사 수요가 많이 있을 때인데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개포주공 아파트는 전셋값이 원래 싼 편인데도 가을보다 1천만원 가량 내려갔다”고 전했다.
강남뿐 아니라 학군 수요가 몰리는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구 중계동도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다.
목동 H공인 관계자는 “10월보다 수요가 적다. 수능을 마치고 자녀 교육이 끝나 다른 곳으로 이사한 세입자들이 많아지면서 전셋집 공급은 늘었는데 아직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계동 T공인 측은 “12월 들어 손님이 조금 늘어 나기는 했는데 작년 이맘때보다는 적은 것 같다”며 “방학 때는 학원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데 평년보다 그 움직임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동산114 조사결과 지난주 전세시세는 서울(-0.05%), 신도시(-0.03%), 수도권(-0.02%)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셋째주 서울 0.09%, 신도시 0.21%, 수도권 0.12% 등 전셋값이 상승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겨울방학을 앞두고 전세시장이 예년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사수요가 방학철에 몰리지 않고 일찍부터 조금씩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목동 H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상승한다는 전망이 계속 쏟아지다 보니 가을에 미리 이사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고, 개포동 J공인도 “강남은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 이주로 급하게 움직일 사람들이 11월까지 미리 이사를 해버려 지금은 소강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말과 올해초 겨울방학 최악의 전세대란을 경험한 세입자들이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앞당겨 새집을 구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서둘러 전세를 구한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이사할 사람이 미리 집을 구한 데다 최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입주도 늘어나 수요를 분산시켰다”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겨울 이사철이 이제 시작되니까 전세시세도 안 움직일 수는 없다”며 “작년처럼 가파르게 오르진 않더라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