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한국형 헤지펀드 출격…개인 투자규모 최소 5억원...정착에는 시간 걸릴 듯
2011-12-14 14:10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오는 23일부터 한국 금융시장에 헤지펀드(적격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20여개가 판매될 예정이다. 삼성, 대우,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4곳의 증권사는 프라임브로커(투자은행·전담중개업자) 자격을 얻고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에 돌입했다. 그동안의 우려를 딛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운용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16일 한국형 헤지펀드 1호를 대상으로 금융투자협회 펀드 코드가 부여되고 시드머니(Seed Money)가 투입되면 펀드 설정 및 운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프라임브로커 자격을 얻은 삼성, 대우,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도 14개 헤지펀드와 짝짓기를 끝냈다.
운용사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우리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우리투자증권을 프라임 브로커로 최종 선정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도 우리투자증권과 손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KDB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복수의 운용사로부터 프라임 브로커 선정을 통보받았다. 증권사들은 이번주 해당 헤지펀드 운용사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23일부터 상품판매에 들어간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출시 이전부터 반쪽 출발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탓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헤지펀드가 안정적인 성과를 확보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약 4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익이 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사업을 정리하는 헤지펀드가 약 500~1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초반에 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개인투자자들의 최소 투자규모가 5억원 이상으로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초반에는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트렉레코드(운용성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할 만한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전체 사모펀드 규모가 약 100조원 규모임을 감안할 때 이중 20%인 20조원 가량이 헤지펀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성장성은 높다는 평가다.
마이크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는 “영국, 미국 등도 헤지펀드를 정착시키는 데 40~50년이 걸렸다”며 “한국도 운용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