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선상 갈매기 똥은 누가 치워요?”

2011-12-14 10:23
2011년 ‘황당한 샷’ 모음, 프로가 섕크내고도 우승…티샷 아내 맞혀 응급처치…홀인원 하고도 스코어는 버디

180cm의 키에 어울리지 않게 '몽당 퍼터'를 사용하는 로버트 개리거스. [미PGA투어 홈페이지]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아시아와 호주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으나 올해 주요 세계 프로골프투어는 시즌을 마감했다. 2011년에도 세계 골프대회에서는 각종 해프닝과 진기록이 발생했다. 그 첫 번째로 올해 나온 ‘황당한 샷’을 모았다.

◆“프로들도 뒤땅치고 섕크내네”
김비오의 미국 무대 데뷔전인 소니오픈 때의 일. 파5홀에서 티샷이 잔디 위에 치기 좋게 올려졌다. 욕심을 내고 드라이버로 두번째 샷을 시도했으나 볼은 약 100m 전진하고 말았다. 로렌 로버츠는 찰스슈왑컵챔피언십 때 드라이버샷이 약 20㎝나 볼 뒤쪽을 치는 바람에 볼은 110m가량 나가고 말았다. 로리 매킬로이는 아이리시오픈 때 자갈밭에 떨어진 볼을 쳤으나 볼은 20m 나가는데 그쳤다. 웹 심슨은 BMW챔피언십 때 8번아이언 세컨드샷이 45도 우측으로 날아가 관람석 옆에 떨어지는 섕크를 냈다. 심슨은 그 한달전 윈덤챔피언십에서도 섕크를 내고도 우승했다. 최나연은 HSBC위민스챔피언스 때 바위옆에 멈춘 볼을 치려다가 클럽이 허공만 가르자 허탈해했다.

◆“내 몸에 맞는 장비가 최고지요”
미PGA투어의 장타자 로버트 개리거스는 180㎝의 장신답지 않게 아주 짧은 퍼터를 사용해 현대 토너먼트챔피언스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가 쓴 퍼터 길이는 28인치(약 71㎝)로 일반 퍼터(33∼35인치)에 비하면 ‘몽당 연필’격이다. 야구선수 출신 토미 게이니는 투어프로답지 않게 양손에 장갑을 낀 채 베이스볼(텐 핑거) 그립을 하고 스윙한다. 피터 오말리는 2m안짝의 쇼트퍼트를 할 때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고도 올해초 5년만에 호주투어에서 우승했다. 신지애는 한화금융클래식 때 벙커에서 퍼터로 쳐 주목받았고, 미국 2부투어프로 조시 브로드어웨이는 우드· 아이언샷을 할 때 왼손이 아래로 가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을 해 관심을 끌었다.

◆친 볼이 구경나온 아내 맞혀 부상
알렉스 프루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 티샷이 구경나온 아내의 허벅지를 맞혀 아내가 응급처치를 받는 불상사가 있었다. 마스터스 때에는 애런 배들레이의 티샷이 앉아있던 여성 패트론(갤러리)의 무릎에 멈춰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토마스 르베는 7월 초 프렌지오픈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려고 호수에 뛰어들다가 정강이뼈를 다쳤다. 그는 6주동안 치료받느라 2주후 열린 브리티시오픈 등에 결장해야 했다. 그에게는 우승 세리머니가 ‘약몽’이었던 셈이다.

◆“퍼트선의 갈매기 똥은 누가 치워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의 일. 한 그린에 갈매기가 실례를 하고 갔다. 선수가 퍼트하려는데 그 것이 방해가 됐다. 동물의 똥은 ‘루스 임페디먼트’로 벌없이 치울 수 있다. 선수들은 그러나 궂은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 모른 척하고 경기위원에게 “어떻게 해야죠?”라고 물은 후 팔짱을 끼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경기위원이 오물을 치워야 했다. 그는 “경기위원생활 8년래 처음”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9월 미국 대학대회에서는 그린옆에 쓰러진 나뭇가지에 벌 6만∼7만마리가 윙윙대는 벌집이 있는 바람에 최종라운드를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외신에서는 ‘Bee hazard’라고 표현했다.

◆“홀인원이 버디가 돼버렸네요”
코너 클라인은 US주니어아마추어대회 때 5번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그러나 그가 속한 조가 ‘슬로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1벌타를 받는 바람에 그 홀 스코어는 버디로 강등됐다. 그 반면 2010브리티시오픈챔피언 루이 오이스투이젠은 오메가 유러피언마스터스에서 친 볼이 OB로 날아가다가 사진기자를 맞고 코스로 들어왔고 그 홀에서 버디를 잡는 행운이 따랐다. 필 미켈슨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 파3홀에서 친 티샷이 그린 가운데에 떨어졌으나 경사를 타고 굴러 물에 빠져 버리자 “코스 설계가 잘못됐다”며 ‘남 탓’을 하기도 했다.

◆그린에 침 뱉고, 45㎝ 퍼트 ‘기브 안주고
타이거 우즈는 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서 경기가 안 풀리자 그린에 침을 뱉어 혼쭐이 났다.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는 제이슨 데이와 폴 케이시가 맞붙었다. 케이시가 17번홀에서 45㎝거리의 퍼트를 남겼는데 데이의 입에서는 ‘영어’(컨시드)가 안나왔다. 케이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데이는 “다음홀 영향을 생각하고 일부러 그랬다”고. 한 미국 소녀골퍼는 월드아마추어핸디캡대회 때 핸디캡 30을 신고하고 출전했다가 첫날 88타를 기록하는 바람에 ‘양심 불량’으로 실격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