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중구난방 지역개발이 기업유치 막는다

2011-12-13 14:38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지방에서 기업, 특히 대기업 유치는 구세주와 다름없다. 당장 지방자치단체가 세수를 늘릴 수 있다. 인구와 주민 수입 증가, 상권 활성화를 비롯, 셀 수 없이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도지사나 시장이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리 바빠도 관련 행사에는 반드시 참석한다. 자동차와 철강, 중공업 부문에서 메카 격인 울산이나 LG디스플레이와 같은 IT기업이 대거 입주한 구미가 강소도시로 꼽히는 것도 기업 유치 덕분이다. 평택이나 파주처럼 경기도 일대에는 국내외 대기업, 협력사가 들어서 대도시 부럽지 않은 인프라를 갖춘 곳이 많다.

주요부처에 대한 세종시 이전이나 혁신·기업도시로 공기업을 옮기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도권보다 뒤쳐진 지방 인프라를 강화, 민간기업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현재 성과는 만족스럽다고 하기 힘들다. 13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공기업만 지방이전이 가시화됐을 뿐 역점을 둬 온 민간기업 유치는 아직 실적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도시별로 추상적인 성과만 나열할 뿐 구체적인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기업 이전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 정부 측 고민이다. 수익이 목적인 기업 입장에서 공공성만 보고 회사를 옮길 수는 없다. 혁신도시사업추진위는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미 다수 기업과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지역별 기업도시 추진이 늦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난개발·지원부실에 기업투자 유치 '난항'= 2005년. 처음 혁신·기업도시를 추진한 지역은 원주, 충주, 무안, 태안, 영암.해남, 무주 6곳이다. 이들 지역은 현 정부 들어 10개의 혁신도시, 군산~부안의 새만금.군산 복합도시를 포함, 6곳의 경제자유구역 등과 함께 ‘지방시대’를 열어갈 핵심 전략으로 수정됐다. 많은 진통을 겪었다. 계획만 무성한 이른바 ‘난개발’ 속에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주는 지정이 취소됐고, 무안은 7분의 1 규모로 축소되는 등 구조조정이 가해졌다. 속도도 더뎠다. 구조조정 후에도 기존에 이미 충분한 산업 기반시설이 자리잡던 부산.진해와 광양만권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업도시 담당자들은 “기업 문의가 꾸준히 오는 편”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유치 성과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는 담당자들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게 기업 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적잖은 공공기관도 이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진데 기업이라고 흔쾌히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게 그들의 설명이다.

A 기업도시 입주를 검토했던 한 중소 자동차 부품 관계자는 “공장이나 연구시설을 짓는데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 각종 혜택을 제시하더라도 그에 앞서 불안정한 경기 상황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며 “납품사와의 거리, 직원들의 생활기반 등 입지적인 면에서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하기 힘든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 입장에서는 지역 균형발전에 따른 안배도 중요했겠지만, 그보다는 현실 가능한 곳에 집중, 기업들에 충분한 메리트를 주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정부, 지자체·기업 지원 늘려야" 의견= 기업들 중에선 생각보다 기업도시 입주에 따른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을 하는 곳도 있다. 지난 9월 열린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지역경쟁력 강화에 관한 광역세미나’에서 임성호 대국경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북 김천혁신도시가 들어서는 김천시 인구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20㎞ 떨어진 구미시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는 산업도시 구미는 먹고 살 것이 있고 김천은 혁신도시가 들어와도 먹고 살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김천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 분양가는 150만원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기업 유치 의지를 꺾고 있다”며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50~100만원 선이고 혁신도시 바로 옆에 짓는 김천산업단지는 평당 40만원 수준이라 경쟁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2012년 완공이라는 계획에만 급급, 장기적인 로드맵이나 지자체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 같은 지적에 분양가를 낮췄으나, 그 역시 기업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김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철 전남발전연구원 기획경영실 선임연구위원 빛가람(광주)혁신도시와 관련, 부지 공급가나 주변 인프라 미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산업의 최우선 기반이 되는 교통에서부터 이주 임직원들을 위한 교육·의료·복지·문화시설 등 사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정부는 이를 공공기관 이전 후 수요를 바탕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는 기반시설 확충 재원 대부분을 지자체가 충당하도록 되어 있어 지자체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광역 지역발전정책에 부합하거나 재정력이 취약한 지자체 혁신도시에 한해 중앙정부가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혁신.기업도시 입주 분양가를 낮추는 등 각 지자체와 기업 측에 줄 혜택을 더했으나 그 정도가 미미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