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어린이·청소년..욕·비속어에 ‘멍들고 있다’

2011-12-11 18:28
‘욕설·비속어 안쓰면 ‘왕따’ 당해’

(아주경제 임봉재 기자) 경기지역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욕설과 비속어, 은어에 점령당하고 있다.

특히 이들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친구들 사이에서 이른바 ‘왕따’를 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다.

11일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의 한 패스트푸드점.

남녀 중학생 4명이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 학생들은 이내 ‘존ㄴ’, ‘씨ㅂ’, ‘쌍ㄴ’, ‘새ㄲ’ 등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또 ‘안습(안타까움)’, ‘즐(무시할 때 쓰는 말)’, ‘쏠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베프(친구)’, ‘지못미(슬픔)’ 등 정체불명의 말들도 이어졌다.

또 이날 구리시 수택동의 한 PC방.

초등학생 4~6학년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아~ 씨ㅂ, 오늘 게임 존ㄴ 안 되네.”라고 말하자 다른 학생이 “씨ㅂ, 닥치고 그냥 해 새ㄲ야.”라고 맞받았다.

게임을 하는 2시간 동안 이들의 입에서는 듣기 민망한 거친 욕과 비속어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본지 기자가 욕설에 대해 지적하자 한 학생은 “친구들끼리는 이런 말을 자주 쓴다”며 ”이런 말을 쓰지 않으면 친구들이랑 대화도 되지 않고, 심지어 왕따를 당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장면을 쉽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처럼 욕설과 비속어, 은어를 쏟아내는 동안 이를 말리는 교사와 시민들을 한 사람도 없었다.

남양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는 것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자주 쓰고 있다”며 “아이들만의 은어로 교사에게 욕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와 경기도교육청, 정부에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벌점·상점제를 실시하고 주기적인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같은 언어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또래 집단이 스트레스를 풀거나 동질감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만의 용어를 자주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학생들의 인성교육 뿐만 아니라 바른언어 교육을 철저히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한국교총과 교과부 등이 지난달 발표한 학교 내 언어문화실태 설문조사 결과, ‘학생 대화의 상당수가 욕설과 비속어, 은어’라는 의견이 8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