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기후변화 대응, 위기 아닌 기회로 바꾸는 지혜
2011-12-11 15:58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폭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데, 예년에 비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온도가 2~3℃ 정도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에 내년 2월엔 동해안 지역에 폭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자마자 강원 산간엔 보란 듯이 50㎝의 눈이 내리며 지난 겨울과 올해 초 내린 폭설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해가 갈수록 이상기상들이 나타나는 횟수와 피해 정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름에 쏟아 붓던 비를 잊기도 전에 가을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뭄이 들고, 초겨울 11월엔 이상고온 현상으로 때 아닌 봄꽃이 피는 진풍경도 구경했다. 꽃도 곤충도 계절을 착각하는 이런 기후변화는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한반도 구석구석을 휘젓고 있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며 앞으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50년 한반도는 기온이 지금보다 2℃ 오르고, 21세기 말엔 4~5℃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그대로 진행돼 평균기온이 2℃ 상승하면 벼 수확량은 4.4%, 사과 재배 면적은 34%,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은 70% 이상 줄어든다.
이렇듯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은 무엇보다 인류의 생존을 책임지는 농업에 즉각적인 타격을 준다. 농업인들이 갖은 정성을 쏟아 키워도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식량안보를 장담할 수 없다. 이에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생산 취약성을 극복해 국민들에게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농업기반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기후조건에 따른 농작물 관리와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상기상에도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역시 국민의 식탁을 보호하기 위해 기후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공급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온조건에도 수량성과 품질이 좋은 벼 ‘동안’, 강풍과 폭우로 인한 쓰러짐에 강한 벼 ‘호품’은 기후적응 품종개발 예 중의 하나다. 최근에는 각종 병과 추위에 잘 견디게 해주는 미생물도 개발돼 작물의 내한성을 크게 증가시켜 이상저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가뭄과 염류집적에 강한 유전자원을 도입하고 생명공학 연구와 융복합을 통한 연구도 추진 중이다.
또한 온실가스의 주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저탄소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에너지 고갈에 대비해 대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 원료작물인 해바라기, 유채, 콩, 고구마 등과 같은 식물체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날씨와 장소에 상관없이 연중 재배가 가능한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식물공장은 빛, 온도, 양분 등을 자동으로 조절, IT·BT·NT·RT 등이 융·복합된 최첨단 기술로 건물 속에서 식물을 키우기 때문에 남극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농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우리는 발 빠르게 대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상이변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농업기상정보 시스템 구축과 안정적 영농활동을 위한 재해보험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온난화 및 기상이변에 대응한 농업생산 인프라 확대에 대한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베스트셀러 ‘기후창조자’의 저자 팀 플래너리 호주 맥쿼리대 석좌교수는 “앞으로 그린에너지가 주요 성장 분야가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풍부한 시장을 찾을 수도 있다”면서 ‘글로벌 녹색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후변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녹색산업 시장이 열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차세대 바이오 에너지 생산기술, 곤충 및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적 폐기물 처리, 재해에 견디는 품종 개발 등으로 능동적인 대응에 나설 때, 미래농업의 가능성이 열리고 농업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