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언론인 목숨 노리는 현지 마약 조직

2011-12-09 11:13

(아주경제 전재욱기자) 조직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중미 온두라스에서 언론인들이 극도로 위태위태한 상황에 처해있다.

AFP통신은 지난 6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는 한 라디오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루스 마리나 파스가 무장 괴한이 쏜 총에 목숨을 잃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스는 이날 차량으로 도심을 이동하는 도중 오토바이를 탄 2인조의 습격을 받았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조직범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 온 파스는 방송진행과 별도로 한 사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최근 마약갱단의 돈 상납요구를 거절한 뒤로 살해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파스가 살해되기 불과 수시간 전에는 온두라스 일간지인 ‘라 트리부나’의 사무실에 무장괴한들이 총기를 난사, 경비원 1명이 크게 다쳤다.

아단 엘비르 신문 편집인은 “범행 배후를 종잡을 수 없는 까닭에 이전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라며 개탄했다.

온두라스에서는 2007년 이후 최소 23명의 언론인이 살해된 것으로 파악된다.

마약갱단은 살해 사건의 유력한 범행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은 마약밀매나 폭력 현실을 고발하는 기자와 언론사의 보도내용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범죄 소탕에 협조했던 공무원도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

7일에는 정부의 반 마약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던 알프레도 란다베르데가 아내와 함께 차량으로 수도 도심을 가로지르다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 모두 오토바이를 탄 괴한들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특정인을 노린 ‘표적살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온두라스 의회는 수도 도심에서 같은 수법의 살인사건이 잇따르자 오토바이 한 대 당 운전자 1명만이 탈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제출 법안을 가결했다.

폼페요 보니야 안전장관은 “현재의 치안상황에서 적절한 방법은 오토바이에 한 사람만이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법안의 의의를 밝혔다.

지난 한해동안 온두라스에서는 6200명이 살해돼 인구 10만명당 82.1명의 살인사건 발생률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수준을 나타냈다.